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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도쿄 휘리릭 … 내게 이런 초능력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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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면


감독: 더그 라이먼
주연: 헤이든 크리스텐슨,새뮤얼 L 잭슨, 제이미 벨
장르: SF액션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아침엔 뉴욕에서 모닝커피를 마시고, 오전엔 홍콩에서 쇼핑한 뒤 오후가 되면 런던 길바닥에서 맘에 드는 여자의 전화번호를 딴다? 영화 속 ‘점퍼(jumper)’들에게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점퍼는 이곳에서 저곳으로 점프, 즉 순간이동을 할 수 있는 초능력자다. 단, 제한이 있다. 자신이 모르는 장소로는 이동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을 껴안고 함께 이동할 수는 있지만 건물을 옮기는 것은 할 수 없다. 고압전류 앞에서는 점프 능력이 현저히 약해진다.

소년 데이비드(헤이든 크리스텐슨)는 짝사랑하는 소녀 밀리(레이철 빌슨)에게 선물을 주려다 시비가 붙는 바람에 연못에 빠진다. 차가운 물 속에서 정신없이 허우적대던 그는 난데없이 도서관 안에서 살아난다. 자신에게 순간이동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부터 소년의 삶은 180도로 바뀐다. 데이비드는 은행 금고에 침입해 한재산 챙긴 뒤 전 세계를 누비며 자유로이 살아간다.

그런데 국가안보국(NSA)에서 나왔다는 롤랜드(새뮤얼 L 잭슨)를 비롯한 정체 모를 사람들이 데이비드의 뒤를 쫓기 시작한다. 정신없이 도망치던 데이비드는 자신과 비슷한 능력을 지닌 그리핀(제이미 벨)을 만나 서로 협력하게 되고, 다섯 살 때 알코올중독자 남편을 피해 집을 나간 어머니와 자신에 얽힌 비밀도 알게 된다.

‘점퍼’는 미국의 SF 작가 스티븐 굴드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영화 개봉에 앞서 국내에도 『점퍼-순간이동』 『점퍼-그리핀 이야기』(까멜레옹) 두 권으로 출간됐다. 원작은 알코올중독 아버지에게서 학대받던 소년이 서서히 성숙해 가는 성장소설 색채가 강하다. 밀리나 뒤늦게 해후한 어머니와의 감정 교류도 섬세하게 담겨 있다.

이에 비해 영화는 1권과 2권의 기둥 줄거리, 중심인물만 가져온 뒤 액션 블록버스터답게 잔가지를 확확 쳐냈다. 뉴욕·도쿄·로마·이집트·파리 등을 눈 깜짝할 새 왔다 갔다 하는 점퍼들과 이를 뒤쫓는 교황청 산하 비밀단체 ‘팔라딘’이 벌이는 현대판 축지술은 현란함 그 자체다. 특히 눈앞에서 고대 로마의 조각상이 부서져 나가는 아찔한 로마 콜로세움 장면은 단연 돋보인다. 콜로세움 촬영은 바닥에 촬영기자재를 설치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하루 4시간씩, 사흘 동안만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원작을 먼저 읽었다면 상대적으로 앙상한 이야기에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 런던의 빅 벤과 파리의 에펠탑을 한 치의 머뭇거림 없이 오가는 스피드와 거기에서 발산되는 공감각적 쾌감만 놓고 본다면 꽤 괜찮은 팝콘무비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아나킨 스카이워커로 떠오른 신성 헤이든 크리스텐슨이 데이비드 역을 맡았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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