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저자와함께>"잠든 불꽃-크루즈미사일"낸 黃源台박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91년 걸프전때 새벽의 미명을 가르면서 이라크군의 레이더망.
통신망.군지휘본부등을 무력화시키며 사담 후세인의 코를 납작하게만들었던 미국의 크루즈 미사일(순항유도탄).항행 컴퓨터에 사전입력된 명령에 따라 한치의 오차도 없이 목표물 을 명중시켜 21세기 과학전을 이끄는 총아로 각광받는 첨단병기다.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79년초에 이 무기의 개발에 착수했었고 신군부집권 이후 중도하차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재미(在美)과학자 황원태(黃源台.54)박사가 한국형 크루즈 미사일 개발계획의 모든 것을 밝히면서 미국에 대한 우리 군비정책의 재검토를 촉구한 『잠든 불꽃-크루즈 미사일』(행림출판刊)을 냈다.그는 당시 미사일 개발 기술분야의 총책임 을 맡았던 핵심인물.80년대 이후 군사정부 아래서 굳게 다물고 있던 입을이번에 활짝 연 셈이다.
『비록 단명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크루즈 미사일의 유효성이 줄어든 것은 결코 아닙니다.오히려 더 넓어졌습니다.현재 우리의 과학.경제 수준으로 볼 때 성공할 확률이 충분하며 또 국제정세를 놓고 볼 때도 그 당위성이 훨씬 높아졌어요.』 黃박사는 지난 66년 미국유학을 떠날 때부터 한국의 자주국방에 자기의 일생을 걸기로 결심했다고 한다.특히 앞으로의 전쟁은 과학전이라는사실을 주목하고 유도탄을 연구하는 조직제어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딴 그는 전산기.통신.전력.의료기기 .기계제어.군수회사등에서 다양한 실무경험을 쌓는다.무기개발은 이론으로만 달성되기 어렵다는 생각 때문이었다.76년에 기본계획의 구상을 마친 그는 이후한국정부와의 접촉을 통해 미사일 개발에 구체적으로 착수하나 예상하지 못했던「12.1 2쿠데타」로 그 꿈은 물거품으로 돌아간다.미국과의 안보관계를 고려,처음 그는 민수용 전파측량기의 형태로 작업을 시작했다.5공 집권초기까지 연구를 계속하라는 지시를 받기도 했지만 군사정권의 내부알력과 일관되지 못한 정책으로결국은 포 기할 수밖에 없었다.
黃박사가 계속 크루즈 미사일 개발에 미련을 두고 있는 이유는크게 두가지.우선은 북한의 핵무기 위협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수단이라는 것이다.북한이 설혹 핵무기를 보유한다 하더라도이 미사일이 실전배치되면 한두시간 안에 북한의 군수시설을 초토화할수 있기 때문에 전쟁억지력에 있어서 비교할 수 없는 수단이라는 설명이다.그래서 그는 크루즈 미사일을「핵오염이 없는 핵」에 비유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완전한 자주국방의 차원.『지금까지 한국의 방위정책은 미국의 안보우산 아래서 미국대통령의 기분에 따라 좌우되는경향이 있었습니다.또 남북이 통일된다 하더라도 우리의 지정학적여건때문에 항상 주변 강국의 동향에 신경을 써 야 하지요.이때우리에게 크루즈 미사일이 있다면 외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주적인 외교를 펼쳐나갈 수 있습니다.국방이 없으면 외교도 없다는말도 있지 않습니까.』 오랜 미국생활 끝에 책 출간을 계기로 잠시 한국에 돌아온 그는『남은 것은 국민과 정부의 개발의지』라며『자기집 울타리를 스스로 지킬 힘도 없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불안정한 상황을 평화시대로 착각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朴正虎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