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축구장 무질서에 채찍든 연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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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그동안 경기운영의 질(質)향상을 위해 고심해온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중대 결단을 내렸다.
프로축구연맹은 30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25일 대우-일화(부산)전 오심으로 경기결과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 김광종(金光鍾)주심에 대해 3개월 자격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또 경기도중 테크니컬지역을 이탈하며 거칠게 항의한 일화 박종환(朴鍾煥)감독과 이장수(李章洙)코치,이를 수수방관한 한운집(韓雲集)대기심,게임에 뒤늦게 참석한 심판 강병호(姜秉浩)씨,심판들의 무질서를 방치한 이우봉(李偶奉)심판위원장등 에 대해서도경고조치했다.무려 4명의 심판과 2명의 코칭스태프가 징계된 것이다. 김광종씨는 이날 후반 38분 대우 김주성(金鑄城)이 페널티구역 안에서 문전으로 대시하는 순간 일화 이종화(李鍾和)가발을 걸어 넘어졌는데도 PK를 주지 않고 게임을 속행시킨 책임을 물었다.이날 대우는 1만7천여 홈관중이 지켜보는 앞에서 일화에 1-0으로 패했었다.
이같은 무더기 중징계는 프로축구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여기에는 경기장 무질서에 대해 눈감고 넘어가지 않겠다는 프로축구연맹의 강한 의지가 담겨있어 긍정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그동안 매년 되풀이되어 왔던 심판들의 고질적인 무사안일이 경기결과를 뒤집은 예는 얼마든지 있다.이에대해 경종을 울리고 툭하면규정을 위반하면서까지 거칠게 항의하는 풍토를 없애 페어플레이의기반을 다진다는 측면에서도 크게 환영할만한 일이다.
프로축구연맹측은 『앞으로도 상벌규정을 엄격히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즉 차후에 흐지부지되는 일벌백계(一罰百戒)식의 운영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그라운드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기치를 올린 프로축구연맹의 결단에 구단이나 심판.선수가 얼마나 따라줄지는 미지수다.그러나 팬들은 반기고 있다.「신뢰받는 축구」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金基讚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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