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전사 출신 소방관이 현판 구해

중앙일보

입력

어처구니없는 방화로 타버린 숭례문의 누각에서 현판을 떼내다 떨어뜨리는 안타까운 장면이 보도되자 현판을 제대로 간수하지 못했다는 네티즌들의 비난이 빗발쳤습니다. 하지만 그 두명의 119구조대원이 아니었더라면 양녕대군의 친필인 현판마저 소실될 뻔했습니다.

불에 탈 위기에 처한 현판을 구한 119구조대원은 서울 중부소방서의 박창기·박성규 반장입니다. 두 대원은 불이 크게 번지자 “저것만이라도 살리자”고 상관에 건의해, 굴절 사다리차를 타고 올라가 화염을 무릅쓰고 현판을 떼냈습니다. 두 대원은 “조심스럽게 떼려 했는데 현판이 생각보다 너무 무거웠고 박음쇄가 저절로 빠지는 바람에 미처 손을 쓰지 못하고 떨어뜨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좌우 위 아래 네군데의 박음쇄 중 위쪽을 빼내다 보니 현판이 무게를 이기지 못해 저절로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겁니다. 또 두 소방관은 "현판을 집어던졌다고 비난하는 네티즌 반응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고 말했습니다. 두 대원은 특전사 출신으로 제대 후 지난 1999년과 2000년 119 구조대에 특채됐습니다. 두 소방대원의 사투가 없었더라면 숭례문 현판마져 누각과 함께 화마속으로 사라졌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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