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청.청자 고품격 생활자기로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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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그릇에도 유행이 있다.
몇년전만해도 품격있는 식기로 인식되던 백자그릇이 대중화되면서새로운 고급식기로 청자와 분청(粉靑)사기 그릇이 생활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백자에 비해 값이 비싸 다기 등 소품위주로 애용되던 청자나 분청사기 그릇은 이제 밥주발과 국대접.뷔페접시.냉면그릇.찜기를비롯해 칠첩반상.오첩반상기 등 홈세트로도 쏠쏠히 팔리고 있다.
특히 투박하고 소박한 순수함이 백미인 분청사기그 릇은 전통도예에 안목있는 이들사이에서 애장품처럼 선호되고 있으며 결혼 예단의 새 품목으로 등장하고 있다.
때문에 백화점이나 서울 인사동의 전통도예상들은 『백자는 이미구식,전통생활자기는 이제 청자와 분청시대』라고 입을 모은다.
(株)광주요(廣州窯)신혜정(申惠晶)홍보부장은 『파스텔톤의 통일된 분위기를 추구하는 최근의 인테리어 개념에 청자나 분청이 잘 어울린다는 점도 이들 유행에 한몫한다』고 분석한다.청자와 분청의 애호층은 나이에 따라 구별되는 경향이 있다.보통 30~40대는 청자,40~50대는 분청사기다.
청자에 상감기법으로 각종 문양과 색깔을 넣은 다기.커피잔.부부 밥그릇 세트 등은 지난해부터 젊은층에서 상당한 반응을 얻고있다.상감기법이란 원하는 무늬를 그린뒤 무늬부분만 긁어내고 여기에 백토나 자토(자土)를 넣고 유약을 발라 굽는 기법.상감을넣은 부분이 희거나 검고 붉은 색상을 띠며 청자의 은은한 비색과 절묘한 조화를 이뤄 기품있는 화려함을 뽐낸다.또 문양도 얌전하게 줄무늬를 넣은 것에서 화려한 연화무늬나 당초무늬,대나무나 국화 등 다양해 서양자기의 호화 로움에 뒤지지 않을 정도다. 소박하면서도 고풍스런 맛의 분청사기는 백자.청자그릇을 사용하며 도자기에 안목을 키운 이들이 최종적으로 선호하는 것.
4년 전부터 식기일습을 분청사기로 쓰고 있다는 주부 김선숙(金善淑.53.서울강남구도곡동)씨는 『2~3년 쓰면 윤기가 나고매끄러워지는 맛이 일품』이라며 『젓가락이 닿는 느낌이 따뜻하고밥을 담으면 윤기가 자르르 흘러보인다』고 분청 을 예찬한다.특히 다기의 경우 잘게 균열이 난 표면으로 녹차의 푸른색이 밴 모습은 기가 막히다는게 분청애호가들의 한결같은 얘기.
분청은 색상이나 그릇표면의 투박함 등이 천차만별 다양하다.불을 땔때의 기법에 따라 산화.환원.중성 등 크게 세가지로 나눠지는데 산화기법은 전통적인 다갈색,환원은 푸른빛,중성기법은 회색이 돈다.
인사동 골목이나 백화점 전통도예코너에서 선보이고 있는 분청사기는 꽃모양의 도장을 반복적으로 찍어 추상적인 분위기를 내는 인화(印花)기법,보리무늬.국화.당초무늬 등을 상감이나 박지(剝地)기법(백토로 분장한뒤 원하는 무늬를 그리고 무 늬를 제외한배경의 백토를 긁어내는 기법)으로 아로새긴 것들이 많다.특히 광주요가 지난해 말부터 박지기법으로 생산해내고 있는 제품은 화려한 꽃무늬를 아로새기고 꽃잎의 가장자리는 붉은색,안쪽은 초록색 등으로 색깔을 내 현대적 감각이 서양식기에 뒤지지 않을 정도다. 분청이나 청자그릇들은 백자에 비해 50%이상 비싸며 수입 도자기들과는 비슷한 수준.결혼 예단용으로 잘 나가는 반상기세트(20개 품목)는 40만원선이며,7첩반상기를 제대로 갖춘 것은 65만원 정도다.선물용으로 잘 나가는 2인 다기 나 커피잔.부부용 밥그릇 세트는 15만원선,지름 30㎝정도의 접시는 개당 11만원으로 만만치가 않다.전통도예 가게가 많은 인사동 골목에서는 백화점에 비해 20~30%정도 저렴한 가격에 살수 있는데 질도 거의 같은 수준.
〈文敬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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