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교향악 축제 결산-기획부재로 객석 썰렁 아쉬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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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지난 2월 27일 부산시향의 개막연주로 시작된 「95교향악축제」가 29일 광주시향을 마지막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올해 7회째를 맞은 교향악축제는 25개 교향악단이 참여한 「국내 최대규모의 음악제」라는 이름이 부끄럽게 연주 내용이나 객석의 풍경은 그야말로 썰렁했다.
「광복 50주년 기념」이라는 타이틀도 중국 길림성 교향악단 초청을 제외하면 설득력이 없었다.
비록 초연이 아닌 기존 작품이지만 7개의 창작곡이 연주된 것은 불행중 다행이었다.
적어도 「축제」라는 간판을 내건 이상 정기공연에서 쉽게 접할수 있는 곡에서 탈피했어야 했다.
평소에 흔히 먹던 음식을 차려놓고선 손님이 올리 없지않은가.
각 교향악단에도 일차적 책임이 있지만 예술의전당측의 기획부재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예술의전당도 각 교향악단도 청중을 끌어들이기에는 속수무책이었다. 개런티 대신 받은 무더기표도 제대로 소화되지 않았고 KBS교향악단.서울시향.코리안심포니만 겨우 체면을 유지했을 뿐이다. 잠재적 청중을 개발해 음악으로 「개종」시키는 일이 교향악축제의 본분이 아닌가.일정한 공간과 시간 내에 국내 교향악단을 총출연시킨 것만으로 축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이제는 축제내용이크게 바뀌지않으면 안된다.지금까지는 공연의 희소가 치 덕분에 겨우 버텨왔지만 조수미.장한나.런던필 공연에서 보듯 3월은 더이상 공연 비수기가 아니다.
한달이라는 기간도 너무 길다.주제를 설정한 다음 교향악단과 연주곡목을 엄선해 축제의 격을 높여야 한다.
교향악단의 참여여부가 불과 몇달전에 결정된다면 기획다운 기획은 불가능하다.협연자의 선정도 교향악단측에 맡겨야 한다.평소 호흡이 잘 맞는 지방 연주자들을 과감히 등용,내실있는 무대를 꾸며야 할 것이다.
합창과 독창,관현악이 어우러진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를연주한 마산시향(지휘 김동호),알반 베르크의 바이올린 협주곡을초연한 부천필하모닉(지휘 임헌정)은 큰 성과로 꼽을만 했다.
지휘자와의 호흡도 제대로 맞추지 못한 한국심포니오케스트라(지휘 하성호)의 연주는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를 듣는듯 했다.
李長職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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