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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집중 토론

TV·인터넷 과외 성공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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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 참석자

▶ 배종대 EBS 뉴미디어국장
▶ 선태무 교육부 교육정보화기획과장
▶ 정경선 경복고 3학년
▶ 최 강 학원장 (EBS강의 사탐 담당 강사)
사회= 도성진 논설위원

다음달 1일 교육방송(EBS)의 수능방송을 앞두고 학부모와 학생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방송에서 강의한 내용을 수능출제에 반영한다고 장담한 데다 사교육 시장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유명강사가 상당수 포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짧은 준비기간과 TV를 통해 일방적으로 제공되는 수업의 특성 등을 고려할 때 '사교육비 경감'이라는 성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지난주 교육부와 교육방송 관계자, 강의를 담당할 강사와 고3 학생이 모여 수능방송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사회=4월부터 EBS 위성방송과 인터넷 강의를 시작하려면 시간이 촉박하다. 준비는 잘 되고 있나.

▶선=교육방송에 예산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 중이다. 이와 함께 교육방송 청취를 위한 여건 개선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배=인터넷 서버 구축을 위한 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강사진 구성과 교재 준비가 한창이다. 교육방송국은 수능에 관한 한 잘할 수 있는 자신이 있다. 1997년부터 수능방송을 해왔기 때문에 그동안 쌓은 인프라를 총동원해 매진하고 있다.

▶사회='스타' 강사가 강의를 맡는다고 수험생과 학부모의 관심이 매우 높다.

▶배=유명 학원 강사들이 자진해 계약하는 등 사교육 경감이라는 정책의 공적인 기능 때문인지 모든 걸 감수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다행이다. 현재 25~30명의 강사를 섭외했고, 이들이 교재를 집필하고 있다. 앞으로 계속해 유능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교사와 강사를 발굴할 작정이다.

▶최=얼마 전 출강을 공식적으로 통보받았다. 특채된 경우는 서울 강남 일대에서 이미 학생들에 의해 경쟁력이 인정되고 검증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강사들의 경우 돈으로 강의를 사려고 했다면 성사가 안 됐을 것이다. 나름대로 명분이 있어 동참한다. 이들은 정부의 대책에 공감해 자기의 강의를 교육방송을 통해 공급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회=가장 큰 관심은 방송 내용 중에서 수능문제를 출제한다는 데 있다. 어느 정도, 어떻게 반영되나.

▶선=교육부와 수능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 관련 기관이 몇차례 모여 방향에 대해 대충 논의했다. 교육과정평가원이 출제 전에 출제방향이나 교과별 난이도, 단원별 출제비중이나 문제유형 등을 연구하고 있다. 이에 대한 방향이 정해지면 그 내용을 교육방송과 공유하도록 할 방침이다. 그리고 강사들에게 줘서 충분히 이해하고 체득해 실제 방송에 반영토록 할 작정이다. 또 교육과정평가원이 그동안 개발한 문제도 제공하고, 오답 노트도 만들어 방송할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가능한 한 방송에서 다뤄진 내용이 많이 출제되도록 할 생각이다. 기대를 충족시키려면 70~80%는 적중해야 하지 않겠나(웃음).

▶정=학생 입장에서는 교육방송에서 나온 문제가 수능에 얼마나 출제되는가가 가장 중요하다. 교육방송에서 교육과정평가원으로부터 문제를 건네받아 다루지 않는다면 아무리 무료로 강의를 하더라도 이미 실력이 입증된 유명학원 강의를 선택하게 된다.

▶최=교육부의 대책을 보고 교과서와 교육방송만 열심히 하면 누구나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많다. 그러나 이에 대한 개념 정리가 안 돼 있는 것 같다. 교육과정평가원과 교육방송에서 교육의 본질을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응용하거나 강의시간에 강조한 내용에서 출제한다는 게 원칙이다.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지, 베끼기식의 출제를 해서는 안 된다. 교육방송에서 찍어주기를 하고, 그런 방식으로 사교육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선=교육부는 수능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출제위원을 어떻게 선정할지에 대해서는 공청회를 통해 결정할 계획이다. 교육부 입장에서는 수능방송과 출제를 연관짓는 게 부담스럽다. 쉽게 공부하는 풍토를 조성하려는 것이 아니라 특정 지역이나 계층에 따라 차별받지 않고 골고루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본래의 취지다.

▶사회=학교에서는 방송 강의가 어떻게 활용되나.

▶정=그동안 교육방송을 집에서 시간이 날 때나 학원 가지 않을 때 가끔 시청해 왔다. 그러나 오후 10시까지 보충수업이 실시돼 앞으로는 학교에서 볼 수밖에 없다. 방송이라는 특성 때문에 TV 수상기를 통해 시청하다 보니, 강사와 직접적인 접촉이 없어서인지 집중력이 떨어진다. 아마도 학교 수업이 끝난 뒤 자율학습 식으로 남아서 듣게될 텐데 감독 교사가 없으면 분위기가 산만해지고, 피곤하면 조금 보다가 졸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배=수능방송 시범학교의 사례를 보면 교사들이 학생의 학습지도에 방송 자료를 잘 활용하고 있다. 교사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수능 방송이 교사들의 과중한 수업 부담을 줄여주는 측면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강의가 일방적으로 진행된다는 문제점은 인정한다. 그래서 Q&A 시스템을 도입하고 이를 담당하는 교사 200명을 선정할 계획이다. e-메일이나 전화를 통해 학생들의 질의에 응답할 수 있도록 하겠다.

▶사회=과연 수능과외방송이 과외비를 줄일 것인가.

▶최=솔직하게 말해 기대 반 우려 반이다. 교육부는 잘되기를 바란다. 안 되면 큰일난다. 반면 학원이나 온라인 업체는 잘될 수 있을까 우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안 되기를 기대하는 시선도 없지 않다. 이번 대책의 목표는 '사교육비 경감'이다. 말 그대로 과외비를 가볍게 하고 낮추자는 것이다. 교육방송의 성공 여부가 절대적이다. 저렴한 고품질의 강의가 넘쳐나는데, 학원비는 싸지고 고액 개인교습은 점차 사라질 수밖에 없지 않나. 온라인 교육이 무료로 제공되는 시대를 여는 기폭제가 됐으면 한다. 이번 대책이 실패하면 더 이상 방법이 없다. 사교육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배=벌써 일반 사설 교육기관에서 유료로 제공하던 온라인 교육프로그램의 가격을 낮추거나 무료화 조치를 한 곳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계속 그런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사교육비로 인한 가정 경제의 부담은 너무나 크다. 2~3년 전에 빨리 손을 썼어야 하는데 대책이 너무 늦게 나온 셈이다.

▶사회=수능 방송.인터넷 과외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관건은 무엇이라고 보나.

▶최=방송이 시작되는 4월 한 달, 특히 첫주가 가장 중요하다. 기존의 오프라인 강의나 온라인 강의보다 품질이 좋은 강의와 교재를 어느 정도 제공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 오프라인 강의에서도 첫 강의에 실망하면 환불을 요구한다. 온라인 강의는 오죽하겠나.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나오면 끝장이다. 이번에는 국민.교사.학부모.학생 모두가 지켜볼 텐데 정말로 다르구나라는 느낌을 반드시 줘야 한다.

▶배=좋은 내용을 적절하게 전달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학생들에게 먼저 선보인 뒤 피드백을 통해 점차적으로 문제점을 해결해나가는 것이 정도다. 학생의 수준이 다양한데 크게 상.중.하 3단계로 나눠 결함없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비록 시작이 미흡하더라도 학생과 학부모가 믿고 따라주고 협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최=강사에게 자율권을 줘야 한다. 교재 내용 등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지만 강사의 강의 방식이나 실제 내용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 사교육 시장에 있는 유력한 강사들과 경쟁할 수 있다. 과목별로 다양한 여러 명의 강사를 확보해야 한다. 교육방송의 강의나 교재가 온.오프라인의 것보다 우수하지 않을 때는 아무리 공짜라도 방송을 보지 않는다. 되레 학원 강사들이 교육방송의 강의나 교재를 분석해 팔아먹는 뜻밖의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다. 뭐니뭐니해도 수험생들이 믿고, 끈기있게 시청하고, 평가해줘야 한다.

정리=하현옥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 내달부터 방송될 '수능 강의'는

지난달 17일 교육부가 발표한 '사교육비 경감 대책'에 따라 교육방송(EBS)의 24시간 수능전문 채널에서 수능방송을 실시한다. 또 인터넷을 통한 수준별 강의가 제공된다.

위성케이블 방송인 'EBS플러스1'을 통해 중위권 학생의 수준에 맞춘 4114편의 프로그램을 방송할 계획이다. EBS인터넷과 에듀넷 등을 통해서는 초.중.고급 등 학력수준에 따른 수준별 학습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방송강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학생들이 방송과 인터넷 강의에 대한 질문을 게재하고 이에 대한 답변을 들을 수 있도록 사이버 담임교사제도 도입된다.

강사진은 이미 알려진 대로 현직교사와 학원강사 중 선발된 최고의 강사에게만 맡긴다는 것이 교육부와 EBS의 구상이다. '스타 학원강사'로 불리는 유명 학원강사 25~30명이 강의를 맡기로 했으며 학원강사와 현직교사의 신청 지원도 받고 있다. 앞으로 교육방송에서 강의하게 될 강사는 선택과목 등을 포함해 100명 수준이 될 것으로 EBS 측은 밝혔다. 현재 학원 강사와 현직교사를 대상으로 한 강사 선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학원강사의 경우 오는 10일, 현직교사는 오는 17일 강사 선발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EBS 측은 밝혔다. 강사 선발에는 학부모와 학생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도 참여하게 된다.

프로그램에 대한 준비뿐만 아니라 방송을 활용할 수 있도록 기술 지원도 펼치고 있다. 교육부는 EBS 시청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산간오지 등에 셋톱박스와 안테나 등을 설치하는 한편 1997년 전국 초.중.고교에 보급한 위성방송 수신기와 TV 현황을 조사해 필요한 경우 교체할 계획이다. 학교 컴퓨터실의 컴퓨터와 인터넷 시설도 점검해 인터넷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줄 방침이다.

이밖에 소년소녀 가장 등 컴퓨터 및 인터넷 통신비 지원대상을 올해 6만명에서 2008년까지 10만명으로 늘리려던 계획을 앞당기는 등 저소득 가정 학생을 위한 지원책도 마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