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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시 모임 '나팔꽃' 3·6·9·12월 정기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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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본래는 한 몸이었던 시와 노래의 어울림을 통해 서정성을 회복하자는 취지로 1999년 결성된 시노래모임 '나팔꽃'이 올해 새 단장을 하고 대중을 찾는다. 우선 나팔꽃은 정희성.정일근.나희덕 시인 세 사람을 새 동인으로 받아들여 식구를 17명으로 늘렸다.

붙박이 공연장을 마련하지 못해 부정기적인 공연에 만족해야 했던 지난 2년간의 '방황'을 청산하고 2001년까지 정기 공연 체제로 되돌아간 것도 달라진 점이다. 정기 공연이 열리는 나팔꽃의 올해 보금자리는 서울 동숭동 대학로 객석 빌딩의 공연장 '정미(美)소'다. 공연장 대표인 연극인 윤석화씨가 선선히 장소를 제공했다.

멍석이 마련돼 든든해진 나팔꽃은 올해 정기공연을 계절이 바뀌는 길목인 3.6.9.12월에 각각 열기로 하고 지난 1일 시작한 봄공연(3일까지)의 초점을 크로스오버(장르 넘나들기)에 맞췄다. 가요로 활동영역을 넓혀온 성악가 전경옥.김경희씨, 국악공연그룹인 'the 林(그림)'등을 '아주 특별한 손님'으로 초청해 기존 통기타 음악에 클래식.국악이 어우러지는 열린 공연으로 꾸민다.

*** 대학로 '정미소' 보금자리로

새 식구 나씨와 정일근씨는 각각 1일, 2일 공연에 참가했고 정희성씨는 3일 밤 공연에 참가한다.

1일 공연에서는 달라진 나팔꽃의 면모가 곳곳에서 드러났다. 공연은 피리 연주로 시작됐다. 홍순관.이수진.이지상씨 등 포크 가수들의 공연 순서에도 해금 가락이 불쑥 불쑥 끼어들었다. 특별한 손님 자격으로 출연한 윤석화씨는 정호승 시인의 시 '빈 손'을 비장하게 낭독해 200석 공연장을 한순간 숙연하게 했다.

1부 가수 동인들의 공연이 끝나자 2부 '시인과의 만남' 순서에서 나씨가 무대 위에 올랐다. 가수들의 흥겨움과 활기에 치어 분위기가 좀 가라앉지 않을까 걱정됐지만 기우였다.

나씨는 자신의 세번째 시집 '그 곳이 멀지 않다'에 실린 시 '쓰러진 나무'와 '품'을 차분한 목소리로 낭송한 후 시를 쓰게 된 직접적인 계기, 시상이 자신을 사로잡았을 때의 '소름 돋는 감동' 등을 담담하게 전했다.

*** 시인 나희덕 등 새 식구 맞아

나씨는 특히 결혼 후 마련한 첫 집을 팔아넘겨야 했던 상황에서 월급날은 멀고 수중에는 3만원밖에 남지 않았던 자신의 한때 경험을 소개하며 "주머니가 빈 어려웠던 기억이 현재의 무거운 짐을 가볍게 받아들이는 용기를 준다"고 말해 관객을 숨죽이게 했다. 가수의 노래로. 시인의 육성으로 시를 감상하기 위해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낮.밤 두차례 열리는 3일 공연에는 안도현.정희성.정호승.안치환.'the 林(그림)' 등이 번갈아 출연한다. 02-3672-3001.

신준봉 기자<inform@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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