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김의즐거운유학생활] 물건 파는 미국 학생들, 왜냐고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9면

미국 학교 시스템을 처음 접하는 한국 학생들은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현지 학생들이 기념일이나 행사 때마다 무엇인가를 팔러 다닌다는 것입니다. 초등학생도 사무용품점 앞에서 초콜릿이나 과자를 팔고 있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고등학생들도 마찬가집니다. 선생님이나 다른 학생들에게 도넛을 팔거나 세차를 해주고 돈을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파는 입장이라서 비굴해 하지 않습니다. 사주는 사람이 고압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도 아닙니다.

학생들이 물건을 파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학생회에서 쓸 기금이나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학업과 관련된 견학을 하기 위해, 좀 더 멋있는 졸업앨범을 제작하기 위해 자금을 마련하는 거지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이런 경험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다고 선생님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끌지는 않습니다. 학생들이 도움을 요청할 때 간접적으로 지원해 주는 정도지요.

이런 경험들은 어릴 때부터 경제 활동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학생들은 어떤 사안에 대해 함께 기획하고 서비스를 제공한 뒤 정당한 대가를 받으면서 자신감과 성취감을 얻게 됩니다.

나아가 활동을 이끌면서 리더십의 개념까지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다양한 경험을 얻기 위해 미국 중·고등학교에서는 학교 신문반이나 드라마반·연극반·졸업 앨범반·치어리더 팀 등 과외활동도 활발하게 합니다.

미국 대학들은 신입생을 뽑을 때 이런 과외 활동의 가치를 매우 높게 평가합니다. 일례로 캘리포니아 주립대학(UC계열)의 입학 사정에서 요구하는 조건 중 ‘A single yearlong approved arts course from a single discipline: dance, drama/theater, music…’이란 게 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단어가 ‘discipline’입니다. 훈련·수양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지요. 성적과 석차 같은 결과적인 면보다는 discipline이라는 단어가 내포하듯 과정을 중요시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대학 진학 자료로 제출해야 하는 에세이나 입학 관련 인터뷰에서 과외활동 경험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학과 공부뿐 아니라 자기만의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만들도록 노력하세요. 그래야 미국 명문대학들에 관심을 받을 수 있습니다.

존 김 세종어학원 원장

※미국 중·고등학교의 생활과 유학 관련 상담을 받고자 하는 학생· 학부모들은 사연과 함께 성명과 직업, 나이, 전화번호를 coolghim@gmail.com로 보내 주세요. 매주 두 분씩 선정해 존김씨가 e-메일 상담을 해드립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