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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화재 예견한 네티즌 글 화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0일 발생한 국보 제1호 서울 숭례문 화재를 1년 전에 예견한 글이 뒤늦게 인터넷에서 화제다.

지난해 2월 24일 문화관광부 홈페이지(www.mct.go.kr)에 ‘김영훈’이라는 네티즌이 올린 글에는 숭례문이 경비가 허술하고 화재 위험성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담겨 있다.

이 네티즌은 ‘존경하는 장관님’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자신을 현재 중국에서 유학 중이며 경복궁을 29회나 탐사한 22세 청년이라고 소개하고 “숭례문 근처에서 노숙자들이 대화하는 것을 들었는데 ‘확 불질러버려’라고 말했다”고 썼다. 그는 “숭례문 개방은 바람직했으나 경비가 허술하고 방화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제 일본인 친구들은 우리나라가 볼 게 없다며 정말 불쌍하다고들 한다”며 “서울은 체계회된 관광환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글은 밑둥만 앙상하게 남은 숭례문 화재 현장의 사진과 함께 인터넷을 떠돌며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네티즌들은 누가 봐도 방화의 가능성이 있었던 숭례문인데도 방재 시스템이 허술했다며 정부와 관계 부처를 한탄하고 있다. 특히 2005년 산불로 낙산사가 전소되고 나서도 문화재의 화재 관리에 변화가 없었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한 네티즌(ID dobe92)은 “사진 찍으러 숭례문을 오가면서 불 나면 다 타겠구나 싶었던 적이 많았다”면서도 “정말 이렇게 모두 타버릴 줄은 몰랐다. 허무하다. 정부는 도대체 뭘했나”라는 글을 남겼다. 다른 네티즌들도 “목재 문화재는 화재 관리 시스템을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 한다”며 “낙산사 전소 때 지적하고 또 지적했던 문제들이 아직도 여전하다니 어처구니 없다”는 내용의 글을 썼다. 한 네티즌은 “숭례문을 복원하는 차라리 불에 탄 채로 놔두자”며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우리의 문화유산조차 지킬 의식이 없었던 적이 있다’는 교육의 현장으로 쓰자”는 의견을 전했다.

김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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