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日어음(당일만기 표지어음)5兆 금리하락 "걸림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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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대형자금을 운용하는 기관의 펀드매니저들은 이제 고민할 필요가 없다.자동적으로 가장 높은 금리가 보장되는 상품이 있기 때문이다.」 정말 그런 상품이 있는가.물론 있다.뿐만 아니라 이날 현재 잔고(殘高)도 무려 약 5조원에 달한다.이 상품은 「맡기는 기간에 따라 금리가 달라진다」는 금융상품의 기본원리를 거의 완전히 벗어나 있다.투자금융회사와 종합금융회사 등이 판매하고 있는 표지어음 가운데 소위 「0日」어음으로 통하는 「당일만기 어음」이 바로 이 상품이다.
이 표지어음을 사가는 기관들은 금리만 정한다.만기일은 돈을 맡기는 바로 그날로 돼 있다.금리가 오르면 하루 이자와 원금을찾고 다시 오른 금리로 어음을 매입한다.금리가 떨어지면 내버려둔다.어음매입 당시 약속한 높은 금리가 최소한 1백80일은 보장되기 때문이다.
이같이 일방적인 상품이 출현한 것은 투금사들이 만성적인 자금부족 상황속에 있기 때문이다.투금사등의 수신고 경쟁이 낳은 기형아인 셈이다.거액의 여유자금이 있는 특정 기관들의 입장은 금리 교섭력에서 일방적으로 우위에 있기 때문에 가능 하다.
◇규모=투자금융회사와 종합금융회사의 표지어음 매출잔액 9조7천6백54억원(23일 현재)의 절반 내외인 4조~5조원이 「0日」어음이라는 것이 이 업계관계자의 추산.은행은 표지어음을 취급하나 개인을 주요 매출처로 삼고 있기 때문에 규 모가 작아 이같은 거래가 거의 없다.
거래의 성격상 금액은 건당 1백억원을 넘는 것이 대부분.필요에 따라선 수십억원 단위로 거래되기도 한다.
◇문제점=5조원이라는 돈이 시중자금사정을 반영한 금리와 무관하게 고착된다.말하자면 금리가 올라가는 추세속에서는 계속해서 높은 금리로 어음을 차환(借換)하기 때문에 금리상승을 부추긴다.반대로 하락할 때는 계속해서 높은 금리를 유지하 기 때문에 떨어지는 금리의 발목을 잡는 효과를 낸다.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언제 빠져 나갈지 모르는 자금이기 때문에 자금의 효율이 낮아지고 수익성이 떨어진다.
◇관계자 입장 ▲某기금 관계자=『운용수익을 한푼이라도 올리는것이 우리의 책임이다.거액예금해 주고 예금규모에 대한 프리미엄을 이자로 받는 셈이다.또 정부의 감사를 받는 기관의 입장에서운용수익이 다른 기관에 비해 낮을 경우,관계자들이 추궁을 당 하기 때문에 가능한한 최대한의 금리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투금사 관계자=『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거액 기관자금에 대해 금리를 높게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宋尙勳기자〉 다른 금융기관이 이같은 자금을 받지 않는다면 모를까 어쩔 수 없다.물론 이같은 방식의 고금리 보장이 시중금리의 하방경직성을 초래하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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