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9400만원짜리 의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7면

아프리카의 질병 퇴치, 다르푸르 사태 중재 등에 앞장서며 미 역사상 ‘가장 바쁜 전직 대통령’으로 불리는 지미 카터(83). 대외 활동을 하지 않을 땐 집필에 힘써 지금껏 25권의 책을 펴냈다. 그런 그에게 또 하나의 ‘부업’이 있다. 바로 가구 제작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9일(현지시간) 카터 전 대통령이 단풍나무로 직접 만든 의자(사진)가 이날 플로리다 남부의 한 리조트에서 열리는 경매에 출품된다고 보도했다. 길이 약 2m인 이 의자의 추정가격은 10만 달러(약 9400만원). 인수자는 39대 미국 대통령이자 2002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의자 제작자의 이름값을 톡톡히 치르게 되는 셈이다.

이날 경매 수익액은 1982년 카터가 부인 로절린과 함께 세운 ‘카터센터’에 기부될 예정이다. 그는 83년 히커리나무로 만든 4개의 의자를 경매회사 소더비를 통해 판 것을 시작으로 해마다 가구 경매를 열어 왔다. 2006년엔 감나무로 만든 커다란 장롱을 100만 달러에 팔았다. 이렇게 손수 만든 가구를 팔아 거둔 금액은 총 1000만 달러. 이 돈은 카터센터를 통해 아프리카의 기니벌레 퇴치 등 갖가지 자선사업에 썼다.

카터가 가구 제작에 취미를 붙인 것은 40년대 하와이에서 해군 장교로 근무하던 시절이다. 월 300달러의 박봉 탓에 그는 아이들 침대 등을 직접 만들곤 했다. 80년 카터가 재선에 실패하자 그의 취미를 아는 백악관 참모들이 송별 선물로 최고급 목공 도구를 전달했다. 현재 조지아주의 작은 농촌마을 플레인스에 사는 카터는 창고에 소박한 목공 제작실을 꾸며 놓았다. 카터는 “서재에 앉아 책을 쓰거나 공부를 하다 스무 발자국쯤 걸어 창고로 가는 건 내게 휴가를 떠나는 것과 같다”며 가구 만들기의 즐거움을 털어놨다.

신예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