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어젠다 7 성공하는 대통령 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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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새 정부의 청와대 수석 7명을 임명했다. 당선인의 취임식을 보름 앞두고 새 정부가 사실상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는 대한민국 건국 60주년에 임기가 시작되는 정부이기도 하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세워야 할까. 중앙일보가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기 위한 일곱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노무현 정권도 잘한 게 있다. 기득권의 해체다. 특권 없는 사회는 5년간 익숙한 국정 구호였다. 그 접근 자세는 좌파식 양분법이었다. 약자와 강자, 서민과 부자, 중소기업과 대기업, 강남과 비강남으로 나눈 실천 방식은 갈등과 불화를 낳았다. 그럼에도 ‘탈권위’ 시대를 연 건 노 대통령의 성취다.

치명적 한계도 있다. 규제다. 노 정권의 규제 완화 성적표는 낙제다.

규제는 관료의 특권이다. 공무원이 민간인을 통제·간섭하는 권한이다. 공무원이 늘면 쓸데없는 규제가 많아진다. 봉급 값을 한답시고 규제를 늘려 일거리를 만든다. 공직 철밥통은 단단해진다. 인허가 받으러 관청 가는 게 피곤해진다. 규제는 대기업·부자보다 중소기업·소규모 자영업자들을 괴롭힌다.

규제 깨기는 노 정권의 매력적인 어젠다가 될 만했다. 거들먹거리는 특권을 손봐 주는 정권 이미지에 어울린다. 규제의 뱃살만 줄였어도 ‘민생 대통령’이란 평가를 받을 만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규제 해체에 소홀했다. 국정의 우선순위에 올리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출범 초기 노 정권은 공직사회를 불신했다. 강금실 법무·윤영관 외교장관이란 파격적인 인사 카드는 관료에 대한 거부감의 표시였다. 서열을 중시하는 검찰에 뺨을 때려 망신을 준 것이다. 검찰·국정원·국세청 등 권력 기관의 힘 빼기에 주력했다. 그러나 관료에 대한 국민 불신이 상당부분 규제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알지 못했다.

노 정권 때 장관을 지낸 Q씨의 설명이다.

“노 대통령은 검찰 등 드러난 권력기관을 손봐 줬다. 박수도 받았다. 그러나 관료 권력의 숨겨진 원천인 규제의 세계를 실감나게 알지 못했다. 공직자들은 규제를 움켜쥐고 민간 위에 군림한다. 그걸 깨야 공무원들이 제대로 봉사할 수 있다. 집권 2년 때부터 관료의 늪에 빠지면서 규제 개혁에 등한히 했다.” 이는 권력 전반에 대한 노 대통령의 상상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정치 쪽 다루는 데는 3김 이후 최고의 역량을 보였지만 공직세계 장악력은 시원치 못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골프장 만드는 데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는 도장이 770개라고 한다”고 개탄했다.

Q 전 장관의 진단이다. “노 정권 386 참모들의 집단 의식에 반기업과 환경보호가 있다. 공무원들은 그 집단 기억을 교묘히 활용했다. 골프장 규제를 풀면 기업가만 좋고 환경이 파괴된다는 논리를 다듬어 386 실세들을 설득했다. 골프장 규제는 공직자의 노련함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규제는 부패를 낳는다. 시장·군수·구청장들이 국회의원보다 목에 힘을 주는 건 규제권력 덕분이다. 그 때문에 부패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노 정권은 규제와 부패의 함수관계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다.

‘규제공화국’의 오명을 씻기는 쉽지 않다. 과거 정권 초기에도 규제개혁의 요란을 떨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들해졌다. 대형 사고, 환경 문제가 터지면 규제의 논리가 힘을 받는다. 공직자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환경 보전, 사회 약자 보호라는 규제의 긍정적 요소를 내걸어 권력 실세들을 설득한다. 정권 초기에 사라졌던 규제들이 살아난다. 역전승의 명수가 공직자들이다. 운동권의 아마추어 논리에 익숙한 386 참모로선 공직자의 노회함을 당해 낼 수 없다.

규제의 전봇대를 뽑는 것은 힘들다. 공무원들이 자기 권한을 스스로 줄이겠는가. 산전수전 다 겪은 공무원들의 생존 본능은 탁월하다. 규제 깨기와 관료 개혁은 동전의 양면이다. 규제개혁만 제대로 해도 정권 성공의 절반은 보장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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