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利權이 판치는 선거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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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방선거 준비가 한창인 23일 정치권 한 귀퉁이에서 국회 선거구획정위원회 3인 소위원회를 열었다.15대 국회의원들의 선거구역을 정하기 위한 회의였다.그리고 그 결과는 이렇게 나왔다.
「선거구의 인구 상한선을 30만명으로 정하기로 했지만 도농(都農)통합지역에 대해선 예외를 둬 상한선을 21만명이나 25만명을 적용한다.」 당초 국회 선거구획정위는 선거구의 인구 상.
하한기준을 30만명과 7만명으로 각각 정했었다.불과 나흘전의 일이다. 그런데 이 기준을 도농통합지역에 대해서는 적용치 않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얘기가 나오게 된 배경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통합된 35개 시.군 가운데 상한선인 30만명이 안되는 지역은 현재 2명의 의원을 한명으로 줄일수 밖에 없게 돼있다.
이 상한선에 걸리는 지역은 모두 9곳으로 9명의 의원이 선거구를 잃게 된 것이다.
선거구의 인구 상.하한선이 마련된 20일만해도 희비가 교차하는 의원들간에 말이 많았었다.
당장 지역구를 뺏기게 된 현역의원들의 반발이 거셌다.국회의원들에게 있어 지역구는 일종의 사업장이다.자기가 경영을 잘못한 경우를 빼고는 남에게 넘겨주고 싶지 않을 것이다.
23일 선거구획정위의 소위원회는 이들을 구해주기로 방침을 세운 것이다.현역의원들의 기득권을 인정해 이들을 가능한 한 살려주자는 의도였다.
불과 사흘전에 결정된 기준이 기득권이라는 벽에 부닥쳐 깨지고만 것이다.
사실 과거 예를 보면 국회의원 선거구 조정은 정략적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선거구를 주무를 수 있는 현역의원들에게 유리하게 만드는것이 보통이었다.
그 결과 선거구 지도가 괴물처럼 이상한 모양을 띠었다해 한국판 게리맨더링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지난해말 선거구획정위를 만들때 현역 정치인들을 포함시키지 말자는 제안까지 나왔다.
선거구획정위원회에 일부 외부인사가 참여는 했으나 결국 이번 사안을 보면 역시 현역의원 위주의 결정을 내렸다.
이렇게 한번 원칙이 깨짐으로써 선거구 조정문제가 갈수록 기득권쪽으로만 기울어질 것을 우려치 않을수 없다.
정치인들의 밥그릇 논리에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는 국민의 소중한 권리인 투표권과 참정권이 자꾸 두들겨 맞는게 불안하다.

<박승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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