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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없이 보낸 설날 자꾸 가슴이 시려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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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조인스닷컴의 안광일씨 블로그.

 “운동장에 나가 큰 아이와 작은 아이는 번갈아 가며 열심히 슛을, 저는 골키퍼를 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문득 저만치 아파트 베란다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곳에서 아내가 ‘그만 들어오라’고 손 흔들던 추억이 머리 속을 스쳐갔습니다.”(2월 6일, ‘설 연휴 첫날’)

“(집안 어른의) 전화 한 통에 오후 내내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결혼(재혼)해서 다같이 오라’고 말씀 하시는데… 아내가 어이없게 세상을 떠난 지 아직 1년, 그 짧은 몇 마디에 제가 얼마나 서운하고 가슴 아파하는지 생각 못하시겠지요.”(8일, ‘이런 날엔 마음이 더 쓸쓸하네요’)

지난해 5월 서울 중랑구 원묵초교의 소방안전 체험 행사 도중 숨진 고 황성해씨의 남편 안광일(36)씨가 아내를 추모하며 남긴 글들이다. 안씨는 설 연휴를 앞둔 4일부터 8일까지 조인스닷컴의 개인 블로그 ‘하늘에 보내는 편지’(blog.joins.com/agigwangil)에 모두 5편의 글을 올렸다. 아내를 잃은 뒤 첫 설을 맞은 소감을 담은 안씨의 ‘사부곡(思婦曲)’은 연휴 기간 네티즌의 마음을 울렸다. 닷새 동안 30만 명이 넘는 네티즌이 안씨의 블로그를 찾았다.

원자력병원 연구원으로 일하는 안씨는 1997년 초등학교 동창인 부인 황씨와 결혼, 두 남매를 뒀다. 황씨는 지난해 5월 아들이 참가한 소방 훈련을 참관하던 도중 탑승했던 소방차 사다리의 와이어줄이 끊어지는 바람에 추락해 숨졌다.

아내를 잃은 안씨는 “명절이 일년 중 가장 견디기 어려운 시간”이라고 했다. 그는 “평소와 달리 ‘칼퇴근’한 뒤 아내가 미리 준비한 도넛으로 저녁 식사를 대신하며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길을 재촉했었는데…”라며 아내와 함께 했던 지난해 설을 떠올렸다.

안씨는 “아이들에게도 새 학기와 입학 및 설 명절을 앞두고 옷가지라든가 몇몇 선물을 해주었지만 아내에 비해 눈썰미가 없어서인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아내의 빈자리를 절감했다.

그러나 안씨는 “아이들에게는 티를 내면 안 될 텐데…” "피할 수 없는 운명 속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아보고자 합니다”는 다짐으로 글을 맺었다.

네티즌들은 댓글로 위로와 격려를 전했다. 아이디 ‘마포에서’는 “아내가 곁에 없어도 긍정적으로 인생을 밀고 나가신다면 행복한 일이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아이디 ‘지나는 이’는 “힘든 상황에서도 가족을 사랑하는 님의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가족들에게 충실한 모습을 보이시면 하늘에 계신 부인도 기뻐할 것”이라는 댓글을 올렸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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