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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대선 후보 매케인 사실상 확정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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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호 10면

수퍼 화요일인 5일, 미국 21개 주에서 열린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베트남전 영웅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9개 주를 석권하며 압승했다. 최대 경쟁자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7일 경선 포기를 선언하고 매케인 지지 의사를 내비쳤다. 이로써 매케인은 사실상 공화당 대선 주자 자리를 굳혔다. 대선 레이스에서 민주당 후보를 이기면 71세인 매케인은 ‘최고령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최대 경쟁자 롬니, 경선 포기

매케인은 지역구인 애리조나를 비롯해 캘리포니아·뉴욕·일리노이 등 핵심 주를 포함한 9개 주에서 승리해 대선 후보 자격에 필요한 대의원 기준선(1191명)의 60%인 707명을 확보했다. 롬니는 7개 주에서 승리해 대의원 294명을 확보했다.

5일 아칸소·조지아 등 남부 5개 주에서 1위를 차지한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는 롬니의 포기 선언에도 불구하고 “경선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확보 대의원 숫자(195명)에서 매케인을 따라잡기는 극히 어려운 상황이다. 미 언론들은 9일 루이지애나·캔자스 경선 또는 12일 버지니아·메릴랜드·워싱턴 DC 경선을 전후해 매케인의 후보 지명이 확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8일 공화당 핵심 조직인 보수정치행동위원회(CPAC)에서 "공화당 후보 지명자를 중심으로 단합해 승리하자"고 호소했다. 부시와 매케인은 8년 전 경쟁한 사이다.
 
골수 공화당원 포용이 1차 과제

매케인은 자신의 탈(脫)공화당적 노선에 반감을 표시해온 당내 주류층을 끌어안는 게 급선무다. 골수 공화당원을 주 청취자로 하는 라디오 진행자 러시 림보 등 보수주의자들은 그동안 “매케인이 대선 후보가 되면 공화당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극언을 해왔다. 이들은 “공화당원들은 롬니를 찍어야 하고, 그래도 매케인이 경선에서 이기면 투표를 거부하든지 제3당 후보를 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케인은 공화당 주류의 인정을 받기 위해 앞으로 ▶감세 반대와 관대한 이민정책 등 자신의 공약을 집중 설명하고 ▶힐러리·오바마 등 민주당 후보들과의 차이점을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매케인은 6일 공화당 보수파의 대부 격인 고 제리 폴웰 목사의 장남 조너선 폴웰 목사에게 전화를 걸어 지지를 요청했다. 7일엔 CPAC 집회에 참석해 “당신들의 지원 없이 이번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며 단합을 호소했다. CPAC 측은 “매케인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판단 아래 좌장 격인 부시 대통령의 지지 선언을 통해 사실상 매케인을 추인할 것으로 관측된다.

후보 빨리 확정돼 고지 선점 효과

매케인은 당내 주류 층의 인정을 받더라도 본선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와 힘겨운 대결을 각오해야 한다. ‘오바마 돌풍’에서 드러났듯 이번 대선에선 변화를 요구하는 유권자의 목소리가 거세다. 매케인이 지나치게 보수파에 기울 경우 그의 경선 승리를 뒷받침한 공화당 온건파와 무당파(independent)가 이탈할 수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지적했다.

또 경기침체와 불황의 조짐은 대선 투표일이 있는 올 11월까지 개선될 조짐이 희박하다. 고령의 집권당 후보로 나설 매케인에겐 모두 불리한 요소들이다. 하지만 LA타임스는 “민주당에서 힐러리와 오바마가 치열한 각축을 벌이는 반면 공화당은 매케인을 대선 후보로 조기에 확정해 대선 전략과 전국 유세전을 위한 귀중한 시간을 벌게 됐다”고 말했다. 본선에서도 매케인의 저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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