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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핵 시간끌기용 실무회담은 안된다

중앙일보

입력

6자회담이 지난달 28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7개항의 의장성명을 내고 폐막됐다. 이번 회담은 그동안 난항을 거듭하던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과 한반도 비핵화 선언 등 몇 가지 중요한 진전을 이룩했다. 무엇보다 참가국들이 ▶한반도 비핵화 선언▶워킹 그룹 신설▶3차 6자회담의 상반기 중 개최 등을 합의한 것은 의미있는 진전이다.

특히 남북한과 주변 4개국이 사상 처음으로 한반도 비핵화선언을 공동성명에 담아낸 것은 북핵의 평화적 해결 원칙과 북한의 핵무기 보유금지에 6개국이 모두 동의했다는 것이기 때문에 진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1차 회담 후 지난 6개월 동안 회담의 개최일정마저 잡지 못했던 것에 비해 이번에 워킹그룹 신설 등을 결정함으써 6자회담 틀의 유용성을 입증한 것도 중요한 진전이다. 여기다 한국과 중국의 조정능력이 돋보인 점도 평가할 만하다. 특히 선(先) 핵폐기와 보상을 놓고 첨예한 대립을 보여온 미국과 북한의 입장을 완화하기 위해 한국이 3단계 해법안을 마련해 윤활유 역할을 했고, 중국도 치밀하고도 진지한 조정외교를 통해 책임 있는 역할을 한 점이 돋보였다.

그러나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북핵 해결을 위한 실질적이고도 구체적 진전이 이룩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특히 고농축 우라늄(HEU)의 존재 여부 및 폐기의 대상, 단계별 해법에 대한 이견이 너무 커 합의를 끌어내지 못한 것은 향후 회담의 진행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북한과 미국 모두 올 11월의 미국 대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 해도 핵 문제가 한민족과 동북아 지역 전체의 어두운 현안으로 계속 남아 있는 것은 지역안전을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은 핵 문제가 미국의 정권 차원의 문제가 아님을 다시 한번 명심해야 한다.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북한이 핵을 가지고는 결코 버틸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핵을 빨리 포기할수록 북한의 체제와 번영이 보장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워킹그룹에서 올 한해를 밀고 당기는 것으로 낭비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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