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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日 중앙銀,금리인하에 소극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일본경제는 가라앉는데 엔貨값은 치솟고 있다.그러나 일본 금융당국자들은 금리인하라는 최후의 화살로 이 두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꿰뚫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일본인들이 돈을 빌리려 하지 않기 때문에 대출금리를 낮춰도 수요를 자극하지 못할 것이란게 그들의 논리다.
또 많은 일본인들이 아직도 외환에 대해 둔감하기 때문에 금리인하가 엔화매도를 부추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금리인하가 지난 80년대와 같은 경기과열을 촉발시킬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금리인하를 망설이는 것 자체가 일본의 경제성장을 둔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일본정부는 지난해 4.4분기의 국내총생산이 3.4분기에 비해0.9% 줄었다고 발표했다.경제분석가들은 그 원인을 개인소비지출이 0.6% 감소하고 공공투자가 0.5% 떨어진데 돌렸다.
저성장은 경기진작을 위한 정부지출이 늦춰지면서 금리인하에 대한 요구를 증폭시킬 것이다.
이론적으로 금리인하는 차입비용을 줄임으로써 영업비용을 낮춘다.또 금리가 높은 다른 통화를 사도록 유도함으로써 엔貨값을 떨어뜨릴 것이다.
일본의 금리는 이미 상당히 낮은 것으로 보인다.
1일物 콜금리가 2.2%고 시장의 기준이되는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3.94%다.그러나 일본은 인플레가 거의 없기 때문에인플레율을 감안한 실질금리는 경제를 둔화시킬 만큼 높다는 경제학자도 있다.
엔貨상승에 따른 둔화효과는 금리를 그대로 두는 것만으로 실질적인 금융긴축을 나타낸다고 스위스은행의 카메론 우메추는 말한다. 지난주 일본 증권업협회장은 중앙은행이 재할인율을 현행 1.
75%에서 더 내릴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러한 요청이 중앙은행의 고위당국자에게는 쇠귀에 경읽기다. 현행금리와 0% 사이밖에 운신의 폭이 없는 중앙은행으로서는 금리인하로 최대의 경제적.심리적 영향을 거둘 수 있는 시기를 신중하게 따져야 할 입장이다.그런 점에서 지금은 적기(適期)가 아닌 것 같다.
금리는 이미 공개시장에서 떨어지고 있으나 경제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이자율에 민감한 건설및 부동산분야는 모두지난 80년대의 과잉건축이후 꿈쩍도 하지않고 있고,금리인하로 소비를 더이상 부추기지도 못할 것같다.
금리인하는 또 외환시장에서 맞불을 놓을 수도 있다.일본투자자들은 금리가 내리면 이자율이 높은 약세통화를 사기보다는 일본채권을 사 가격차액을 얻는데 더 관심이 있다.
여기에다 중앙은행은 여전히 느슨한 통화정책이 불러올 위험에 예민하다.
10년전 일본중앙은행은 급작스런 엔高로 초래된 경기침체를 끝낼 요량으로 금리를 내렸었다.
그 결과는 악명높은 「거품경제」였고 그에따른 경제붕괴가 현재의 경기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자딘 플레밍의 리처드 워너는 『일본중앙은행이 근본적인 구조변화를 추진하도록 경제에 압력을 가해왔다』며 일본중앙은행의 신중함에 박수를 보낸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융비용에 직면한 일본기업들이 감량경영에 나서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이 더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정부는 금리인하보다 중소기업지원이나 은행의 부실채권정리같은 다른 정책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도쿄(東京)都는 앞으로 수개월간 중소기업들이 엔高에 적응할 수 있도록 가벼운 지원계획을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불량채권을 손쉽게 상각할 수 있도록 회계기준을 바꿀 수도 있다.보다 건전해진 은행은 대출을 더 많이 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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