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殺父사건 수사 이모저모-유언장 새로 쓸 계획이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범인 金씨가 부친 친구인 韓모씨로부터 사업수완이 좋다는 陳모씨를 소개받아 처음 사업에 뛰어든 것은 93년.
법학을 전공했지만 경제학과교수를 할 만큼 사업에 열정과 꿈을품어온 金씨는 농수산물유통업체 S상사 경영에서 잇따른 판단 미숙과 경험부족으로 엄청난 빚을 안게 됐다.
그러나 아버지에게 보란듯이 사업수완을 발휘하고 싶었던 金씨는다시 해강농수산을 설립했다.
처음에는 5천t급 냉동운반선과 거제도등에 냉동 창고를 마련,각종 수산물을 호텔에 납품하고 무역협회와 농수산물유통가공협회에가입하며 수출도 해 회사 규모를 키운뒤 동종업체도 인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수협으로부터 농수산물안정기금 9억원을 배정받기 위해 담보물조로 구입한 서울은평구의 연립주택 5가구가 등기권 소유분쟁에 휘말리면서 신용카드 빚까지 끌어다 썼다.
이같은 위기상황에서 金이사장 몰래 금용학원이 배서하는 어음을발행하는「극약 처방」까지 생각하던중 궁지에 몰린 金씨는 지난해11월 아버지인 金이사장에게 저간의 사정을 털어 놓았다.
金이사장은 사정하는 金씨에게『너는 경영자질이 없으니 앞으로 사업을 하지말라』며「마지막」도움을 줬다.
그러나 金씨는 불과 이틀뒤인 지난해 11월10일 아버지로부터받은 돈을 사업자금으로 쓰지 않고 지금까지의 빚을 갚은 뒤 또다시 집을 담보로 잡히고 사업자금명목으로 대출받았다.
그러나 사업은 계속 부진의 늪을 벗어날 줄 몰랐다.
갚아야할 어음들이 속속 도래하자 金씨는 지난해 12월13일 녹번동 대림아파트 전셋집을 빼고 미국으로 도망치듯 출국했다.
지난달 25일 문제해결차 서울로 온 金씨는 아버지 집에 기거하며 사업 재기를 노렸으나 아버지와 말다툼을 벌이게 되는등 심각한 의견차이만 확인한채 결국「살부(殺父)」라는 극단적인 해결책을 택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범인 金씨의 이모부 田모(53)씨는 경찰에서 "88년 녹음 테이프와 서면으로 작성된 김이사장의 유서내용이 장남이 재단이사장직을 물려받기 어렵도록 꾸며져있어 지난해 金이사장의 지시로부인 김은옥씨가 폐기했다"며 "오는 4월1일 새로운 유언장 작성이 계획돼 있었다"고 진술했다.
田씨는 "그러나 이같은 내용이 당시에는 장남에게 알려지지 않은것으로 알고있다"고 설명했다.

<홍병기.표재용.강홍준.김수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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