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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日 비판 발언 직접 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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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일 열린 3.1절 기념식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당초 배포된 원고와는 전혀 다른 기념사를 했다. 비서실에서 준비한 원고가 자신의 메시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盧대통령은 직접 새로 쓴 기념사에서 한국민의 감정을 자극해온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언행을 전례없이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일본의) 국가적 지도자 수준에선 상처주는 얘기를 해선 안 된다"며 최근 '야스쿠니 신사 연례 참배'방침을 밝힌 고이즈미 일본 총리를 겨냥한 듯한 발언도 쏟아냈다.

지난해 6월 방일 때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강조하며 신사 참배 등 과거사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던 것과는 딴판이다. 盧대통령은 이와 함께 식민지 시대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가 청산되지 않았고, 역사적 진실은 많은 것이 묻혀 있으며 독립투사의 후손들이 역사를 주도하지 못하고 소외와 고통의 처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盧대통령은 "아직도 국회에서 친일의 역사를 어떻게 밝힐 것인가를 놓고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고도 했다.

盧대통령은 그러나 "3.1운동 때 전 국민이 하나가 됐듯 다시 한번 차이를 극복하자"며 국내에서 빚어지는 갈등의 해법으로 '통합과 화해'를 제시했다. 친일.좌우 대립에 대해선 "용서하고 화해하는 지혜를 만들자"고 했고, "동이다 서다, 나라를 지역으로 갈라서 정당이 뭉치고 감정 대립을 하는 이 정치도 이제 끝을 내자"고 호소했다. 그동안 공식 반응을 자제하던 盧대통령이 이날 일본 지도자의 발언을 문제 삼고 나선 데 대해 외교가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외교적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공식 행사에서의 대통령 발언이 즉석연설 형태로 전달돼 한국 정부의 입장이 급조된 것처럼 비칠 수 있어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지적이다.

야당은 "반일 감정에 편승해 총선에서 재미를 보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한나라당 은진수 부대변인은 "애국심에 편승하려는 알맹이 없는 대중영합적 비판으로 오인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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