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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궁에 반한 프랑스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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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그동안 연구해오던 '장소의 의미'에 대한 답을 지난해 한국을 방문하면서 찾았습니다. 그 감동을 다른 프랑스 사람과 나누고 싶습니다."

지난달 25일 프랑스 파리 16구 이에나 거리에 있는 한국문화원. '통과된 공간'이란 주제로 창경궁.종묘 사진과 그림 전시회를 연 파리 1대학 지젤 그라마(사진.미술학부) 부교수는 전시회를 열게 된 동기를 이같이 설명했다. 동양인을 보면 "중국인이냐, 일본인이냐"라고 묻는 프랑스에서, 한 현직 대학교수가 별 기대없이 한국을 찾았다가 한국의 고궁에서 '놀라운 발견'을 했다. 그는 '장소'를 통해 고대와 현대의 만남을 찾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라마 교수는 인터뷰 첫머리부터 기자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한글로 된 명함을 건네주면서 "나는 한국인입니다"라고 말했다. 눈을 크게 뜨고 쳐다봤더니 지난해 9월 파리 1대학 미술학부와 자매결연을 한 서울대 미대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하던 중 만든 명함이라고 했다.

전시된 사진들은 한국 고궁의 내.외부 모습. 그라마 교수는 "한국 고궁의 장중한 모습에 반했고, 그때 느꼈던 경외감을 기록해두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그린 한국 고궁 그림도 한쪽 벽면에 함께 전시됐다. 그는 "사진과 그림 속의 장소는 아주 한국적인 사고의 깊이를 보여주지만 보편성을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종묘는 플로랑스의 돔을 보며 느꼈던 문명의 흔적을 상기시켰다"고 말했다.

전시회 개막일을 맞아 1백여명의 프랑스인과 한국인 문화계 관계자가 행사장을 찾았다. 전시된 사진과 그림은 모두 50여점에 불과하지만 이 전시회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는 게 현지 문화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루앙대 임준서(한국학) 객원교수는 "영향력있는 프랑스 사람이 자발적으로 한국을 알려준다는 것은 아주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전시회는 이달 10일까지 열린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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