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민노당, 갈라서는 게 옳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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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민주노동당이 창당 8년 만에 쪼개질 운명에 처했다. 대선 참패 후 구성한 비상대책위가 내놓은 당 혁신안이 임시 당대회에서 부결되면서 분당 위기를 맞은 것이다. 심상정 비대위 대표를 주축으로 한 당내 소수파인 평등파(PD파)에 의해 제시된 혁신안의 골자는 ‘종북(從北·북한 노선 추종)주의 청산’이었다. 이로써 민노당은 노선과 인적 구성이 친북 세력에 의해 장악된 것임을 공공연히 인정한 셈이다.

그렇다면 평등파는 민노당과 결별할 때가 됐다. 심 대표는 그동안 “대선 패배의 원인은 민노당이 ‘민주노총당’ ‘운동권 정당’ ‘친북 정당’으로 국민에게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라며 당을 환골탈태시키기 위해서는 다수파인 자주파(NL파)의 대북 편향성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결국 숫자에 밀려 혁신안은 좌초됐다. “민노당은 더 친북해야 합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한 자주파 당원들, 혁신안이 부결되는 순간 환호한 자주파 대의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민노당의 현실이다. 평등파는 이제 대선에서 국민들이 표로써 보여준 뜻조차 외면하는 민노당을 떠나 새 진보좌파정당의 길을 가는 게 순리다.

자주파는 386 간첩단 ‘일심회 사건’ 관련자의 제명을 반대했다. 그들은 “민노당이 쓰레기 같은 국가보안법에 굴복할 수 없다”고 했다. 바로 그들의 그런 태도 때문에 보안법이 폐지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민노당의 동향과 대처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북한에 전달한 혐의로 복역 중인 사람을 ‘보안법의 희생자’라고 주장한다면 대한민국 법질서의 보호를 받을 자격이 없다. 그들은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하면서도 북한 핵실험에 대해서는 터무니없이 관대했다. ‘북한 핵실험은 자위용”이라거나 “북한 핵은 통일되면 우리 것”이라는 주장까지 했다. 이런 민노당에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

평등파는 이제 ‘주사파(주체사상 추종파)’ 일색의 진보좌파 운동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전환점에 서 있다. 진정한 의미의 진보정당을 만들 기회와 명분이 주어졌는데 주저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