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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심장부 밝힌 한국의 예술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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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홍콩 빅토리아만(灣)의 파도를 초고층 빌딩 숲에 들여다 놓는 분위기를 연출했어요. "

한국의 여류 조각가 안필연(44.경기대)교수가 홍콩의 최고층 빌딩인 국제금융센터(IFC)Ⅱ를 단장하는 야외 조각물을 설치했다. 높이 2.8~4.8m의 조각물을 네개나 세우고, 깎고, 다듬는 힘든 작업이었다. 지난달 17일 홍콩으로 날아와 30여명의 인부와 함께 땀을 흘렸다. 安교수는 지난해 8월부터 이 작품에 매달렸기 때문인지 입술이 터지고 목이 잠겼다.

스테인리스 판을 짜맞춰 어른 키의 두 배 높이로 세워진 변형(變形) 다각형의 조각물들은 마치 강한 햇빛을 받은 커다란 보석 덩어리처럼 현란한 색깔을 뿜어댔다. 앞에는 바다가, 뒤에는 빌딩 숲이 펼쳐져 있다.

이 작품에 붙여진 이름은 '밀물(The Flux)'. 기묘한 형(形)과 색(色)으로 주변에 있는 50~60층짜리 빌딩들에 보이지 않는 생명력을 던져주면서 홍콩의 새로운 볼거리로 떠올랐다. IFCⅡ 빌딩과 지하철 역 사이의 육교 길로 된 '공중 복도'를 지나던 홍콩 시민은 발 아래 펼쳐진 천연색 조각물들에 탄성을 금치 못했다.

"밤낮의 조명에 따라, 보는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홍콩에선 좀체 보기 힘든 환상적인 작품이다."

지난달 27일 열린 개막식에서 홍콩 시민이 쏟아낸 찬사다. 부동산 재벌인 핸더슨 그룹이 "서(西)주룽(九龍)에 건설하는 우리 건물에도 작품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할 만큼 작품 수준을 인정받았다.

IFCⅡ 건물과 주변의 포시즌 호텔.홍콩 상하이 은행(HSBC)본사 빌딩.중국은행 빌딩 등은 국제 금융 도시를 자부하는 홍콩의 심장부나 마찬가지다. 그 곳에 둥지를 튼 安교수의 작품은 한국 미술품의 홍콩 진출을 예고하는 신호탄인 셈이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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