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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세계바둑오픈' 박영훈과 조치훈, 똑같은 반집승으로 결승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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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제8회 세계바둑오픈 준결승전 제2국
[총보 (1~265)]
白.謝 赫 5단 黑.朴永訓 5단

박영훈5단은 우승을 해본 기사다. 셰허5단은 거의 무명이었다. 세계대회 준결승이란 큰 승부에선 어느 쪽이 유리할까. 실력은 어차피 백지 한장 차이라고 볼 때 경험이 말을 해줄까, 아니면 밑바닥부터 치고 올라온 겁없는 기세가 힘을 쓸까 궁금했다.

1국과 2국 모두 셰허는 잘 나가다가 스스로 무너졌다. 이걸 뒷심 부족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는 8강전에서 이창호9단과 어려운 종반전을 견디며 반집승을 거둔 사람이니까. 셰허는 너무 조심하다가 무너졌다. 준결승을 마지막 관문이라 느낀 나머지 그는 지금까지 보여준 신예의 기세 대신 균형을 맞추며 뒤지지만 않으려 했고 너무 조심했다. 이것이 패인이었다.

그 대표적인 한수가 백70일 것이다. 상대방은 '참고도' 백1, 3으로 넘는 수를 가장 꺼렸다. 그만큼 싫은 수였다. 셰허는 그러나 실리는 그만하면 됐다고 느낀 듯 70으로 중심을 잡는 무난한 수를 두고 말았다. 초반에 우변에서 백은 참 잘 풀렸다.

하지만 70으로부터 흐름이 느슨해지더니 94의 패착을 두면서 완전히 역전 무드로 돌아섰다. 박영훈5단은 셰허 돌풍을 2대0으로 잠재우며 대망의 결승에 진출했다. 중반전부터 판을 엮어가는 솜씨가 가히 일품인 데다 계산력도 훌륭했다. 무엇보다 큰 승부에서의 강약 조절이 돋보였다.

이 판은 반집승. 때마침 조치훈9단도 중국의 후야오위(胡耀宇)7단을 반집으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반집과 반집. 기막힌 우연의 일치였다. "이번만은" 하고 우승을 고대하던 중국은 한많은 반집에 고개를 숙였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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