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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대 “권력 개입설 수사 의뢰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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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예비인가를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과 종교계까지 확산되면서 극심한 혼란을 빚고 있다. 불교 재단인 동국대가 탈락하자 조계종이 발끈했다.

조계종은 2일 최고의결기구인 전국 25개 교구본사 주지회의를 긴급 소집해 “김신일 교육부총리의 즉각 해임”을 요구했다. 지역 균형뿐만 아니라 종교 균형도 중요한데 불교만 홀대를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대학들의 반발은 더 거세졌다. 충남 아산의 선문대는 1일에 이어 3일에도 대규모 상경 집회를 갖고 ‘삭발 시위’까지 벌였다. 윤승용 청와대 전 홍보수석이 “전북 원광대의 로스쿨 선정에 힘을 썼다”고 한 발언(1월 31일)은 ‘정치권 개입설’로 확대됐다. 그러자 한국법학교수협의회(회장 이기수 고려대 총장)는 3일 오후 긴급회의를 열고 “로스쿨 예비인가 발표를 새 정부로 넘기라”며 청와대와 교육부를 압박했다.

교육부는 예정대로 4일 최종 발표를 할 계획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1광역시·도, 1로스쿨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발표를 연기할 수도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반발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와 교육부가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이다.

◇불교계 반발=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2일 “유감스럽게도 동국대가 이번 로스쿨 예비인가 심사에서 제외됐다”며 “동국대가 과연 로스쿨을 운영하기에 부적합한지, 그렇지 않다면 왜 빠졌는지에 대해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동국대 재단이사장 영배 스님은 “종단과 학교가 힘을 합쳐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며 종단적 차원의 대응을 요청했다. 조계종은 교구본사, 중앙종회, 동국대 법인, 중앙신도회 등의 대표자 11명으로 대책위까지 꾸렸다. 4일 최종 결과 발표에 따라 대규모 항의성 법회를 열고 법적 대응도 하겠다는 입장이다. 개신교·천주교·원불교 관련 대학들이 모두 선정된 반면 불교만 빠진 이유를 법의 심판대에 올리겠다는 것이다.

◇“새 정부로 넘겨라”=법학교수회는 이날 오후 6시 긴급회의를 열어 “현 정부는 로스쿨 밀어붙이기에서 손을 떼라”고 요구했다. 법학교수회는 이기수 고려대 총장이 회장이다.

이 총장은 “원래 3월 말에 총정원과 대학별 배정 인원을 정하기로 했던 로스쿨 도입 일정을 현 정부가 1월 말로 무리하게 밀어붙였다”며 “이렇게 졸속으로 추진해선 로스쿨 도입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총장은 “이번 심사에서 120명을 배정받은 고려대의 입장과 별개로 법학교수회 회장의 권한으로 긴급회의를 소집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 와세다대 로스쿨은 정원이 300명인데도 국제법 등 전문 분야 수강 인원이 10명도 못 되는 실정”이라며 “40~50명 인원으로는 정상적인 법학 교육을 할 수 없으니 총정원을 3000명 이상으로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잇따르는 상경 시위=선문대는 3일에도 400여 명 규모의 2차 상경 시위를 열었다. 청와대가 밝힌 ‘지역 균형 발전’ 차원에서 충남도에도 로스쿨이 배정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날 이 학교 법대 고재종·김홍석 교수와 대학원생 한 명이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 후문에서 머리를 밀었다. 이날 오후 3시 선문대의 삭발 집회에 이어 조선대 시위대 700여 명이 상경해 교육부 청사 앞 자리를 넘겨받았다.

전호종 조선대 총장은 “지방 최초로 헌법재판관과 대법관을 배출한 조선대를 로스쿨 인가에서 제외했다”며 “법학교육위원회의 결정은 일부 권력자가 국정을 농단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백성호·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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