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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지방대 커트라인’ 투표로 정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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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교육부가 발표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예비인가 대학에 들지 못한 대학들의 상경집회가 잇따르고 있다. 3일 충남 아산의 선문대학교 학생과 교직원 및 충남 지역 주민들이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 후문에서 교육부의 결정에 반발해 삭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고재종·김홍석 교수, 김경호 대학원생. [사진=박종근 기자]

법학교육위원회의 로스쿨 예비인가 대학 심사 과정에서 커트라인에 걸려 탈락한 지방 대학은 부산권역의 영산대인 것으로 확인됐다.

위원회는 지방권역에서 인가 신청을 한 16개 대학(제주대 제외)의 평가 점수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 뒤, 탈락 기준이 되는 커트라인을 투표로 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몇 개 대학을 선정할 것인지 이견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이 과정에서 9개 대학이 선정되고, 영산대를 포함한 나머지 대학이 탈락한 것이다.

법학교육위원회의 복수 관계자들은 3일 로스쿨 예비인가 대학 선정 과정을 부분적으로 공개했다. 이에 따라 교육인적자원부와 위원회에 대한 대학들의 평가자료 공개 요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교육부는 반발이 거세질 경우 평가점수를 공개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서울권역 선정 과정=A위원은 “로스쿨 인가 신청을 한 41개 대학 가운데 강원대와 제주대를 맨 먼저 선정했다”고 말했다. 두 대학은 소외지역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평가점수와 큰 상관 없이 선정됐다. 위원회는 이어 서울권역 가운데 경기(아주대)와 인천지역(인하대)에서 각각 한 곳을 선정하는 것을 고려했다. 동일 권역 내에서도 지역균형을 고려한다는 원칙을 반영한 것이다.

A위원은 “위원회가 평가점수를 매긴 결과 서울시내 18개 대학 중에서 12개 대학만 선정됐다”며 “서울에서 합격한 12개 대학과 탈락한 13위 사이에선 점수 차가 크게 났다”고 말했다.

◇지방대 갯수는 투표로=지방권역에서 인가를 신청한 대학은 총 17개 대학. 이 가운데 제주대를 제외한 16개 대학이 격돌했다.

B위원은 “16개 대학 중에서 최소자격 미달 대학을 거르는 과정에서 논란이 있었다”고 말했다. 16개 대학이 받은 평가 총점수를 비교하고 ‘커트라인’을 어느 대학에서 그을지 고심한 것이다.

그는 “최소자격이란 몇 점 이하 탈락 등 점수 기준을 말하는 게 아니라 위원들이 판단했을 때 과연 전문대학원 운영이 가능할지를 총체적으로 판단한 기준”이라고 말했다.

위원회는 투표를 통해 16개 대학 중 1~9위까지 선정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경남 양산에 있는 영산대는 10위였다고 위원들은 말했다. C위원은 “1000점 만점에 지방 대학 중 9위는 800점대였고, 10위는 700점대로 점수 차가 상당히 벌어져 있었다”고 전했다. 점수 차가 근소해 투표를 한 것은 아니란 의미다. 한 위원은 “청와대가 ‘경상대’를 염두에 두고 있다지만 경상대는 성적이 좋지 않았다”며 “조선대가 반발하고 있으나 조선대도 성적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은 “영산대가 오랫동안 로스쿨 준비를 해왔으나 인가 신청을 불과 몇 개월 앞두고 교수들이 대거 다른 로스쿨로 빠져나가면서 교수진과 교육과정 점수가 나쁘게 나왔다”며 “만일 영산대가 선정됐다면 부산권역의 동아대 정원(80명)은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선정했다간 판 깨진다”=법학교육위원회 위원들은 “청와대의 논리대로 ‘1광역시·도, 1로스쿨’을 고집할 경우 로스쿨의 판이 깨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도 지역에서 로스쿨이 선정되지 않은 경남과 충남에서 한 개씩을 추가 선정할 경우 점수에 따른 순위 원칙이 깨진다는 것이다. 위원들은 “지방 권역 대학의 점수와 투표 결과를 가지고 1~9위를 정하고 보니 9개 대학이 권역별로 골고루 배분됐고, 그를 토대로 예비 인가 대학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글=강홍준·배노필 기자 ,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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