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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것'이 진화하고 있다 - 住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7호 29면

이종근 (아포스튜디오)

2000년대 들어 북촌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조금씩 불붙기 시작한 한옥에 대한 관심이 요즘 최고조에 달한 것 같다. 한옥을 짓기 위해 터를 알아보러 다니는 사람도 부쩍 많아졌고, 한옥 건축가들에게 한옥 개축 혹은 신축을 위한 비용 문의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전통과 문화의 안식처를 짓다

1 문의 개폐에 따라 공간이 분리되거나 통합될 수 있는 것이 한옥의 매력이다. 한옥 건축가 이문호 소장이 지은 가회동 한옥. 2 대청은 전통의 느낌을 강조한 좌식 스타일로, 부엌은 사용자의 편의를 고려해 아일랜드형 부엌으로 구성했다. 한옥 건축가 이문호 소장이 지은 가회동 한옥. 3,4 고무신 패턴의 패브릭과 함께 다양한 실크 프린트 패브릭이 섬세하게 패치워크된 이불 ‘문(moon)’과 ‘선(sun)’. 모노콜렉션

강남 한복판에 살 것만 같은 트렌드세터들의 집이 의외로 북촌 한옥마을에 꽤 많은 것을 보면 어느새 한옥은 멋스러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가는 터전으로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그뿐인가. 한옥 형태의 카페나 와인 바가 대표적인 인기장소로 손꼽히는가 하면, ‘라궁’과 같은 한옥 호텔도 생겨나고 있다.

한옥의 인기가 높아진 것은 단점을 보완한 ‘21세기형 한옥’이 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옥은 개방형이라 냉난방이 늘 문제였다. 동선이 길고, 공간 활용성이 좋지 못한 것 또한 단점이었다. 그러나 요즘 건축되고 있는 한옥은 이런 점을 대부분 개선해 아파트 생활 못지않게 살기 편해졌다. 설계부터 시공, 감독까지 한옥 건축의 전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한옥 건축가 이문호 소장은 “현대 생활에 맞게 거실, 화장실, 부엌, 다용도실 등 공간 구성을 새로 하고 있다.

냉난방 시스템을 완벽히 하고 지붕에도 철저한 방수처리를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옥은 사는 재미, 보는 재미, 즐기는 재미가 있는 집입니다. 또 무조건 크고 반듯한 모양의 대지만을 고집하거나 큰 규모로 지을 필요가 없습니다. 99.174㎡(30평)가 채 안 되는 삼각형 모양의 대지에도 훌륭한 집을 지을 수 있죠. 협소한 지상공간을 대신할 지하공간을 만드는 등 생활의 편의를 고려해 설계할 수 있으니까요.”하지만 무작정 낭만적인 기대만으로 한옥을 짓는다면 후회도 클 것이라고 이 소장은 덧붙인다. “한옥에 대한 디자인적·기술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집을 짓고 사용한다면 만족한 ‘집’을 갖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종종 보죠.” 주생활의 진화는 비단 한옥만이 아니다. 가구나 소품 등 집 안을 채우는 인테리어 도구들도 변화하고 있다. 패브릭 전문 브랜드 ‘모노콜렉션’에서는 ‘문라이트’ ‘선샤인’ 등 담백한 조선의 디자인에 화려한 컬러와 패턴, 실크 소재를 접목한 현대적인 패브릭을 선보이고 있다.

계원조형예술대학 하지훈 교수가 디자인하고 무형문화재 제14호 나주반장 김춘식 장인과 함게 완성한 소반39BAN39

기본은 전통에서 시작했지만, 완성된 모습은 지극히 모던하다. 계원조형예술대학교 하지훈 교수는 2년 전부터 김춘식·서한규 등 무형문화재 장인들과 함께 나주 소반을 재해석한 ‘BAN’, 담양 채상을 의자와 벤치로 탄생시킨 ‘채상장’ 등 새로운 가구를 만들고 있다.“우리 것이 세계 디자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전통 문화의 장인들과 현대 디자이너들의 공동 작업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만큼 차별화된 제품은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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