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베데프 “중국 M&A 전략 배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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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사진) 제1부총리가 자국 기업인들에게 중국을 배우라고 주문했다고 러시아 경제일간 베도모스티가 1일 보도했다. 중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외국 기업인수 전략을 본받으라는 것이었다.

메드베데프 부총리는 지난달 31일 러시아 남부 도시 크라스노다르에서 열린 경제포럼에서 대기업 경영자들을 상대로 연설하는 도중 “대다수 강대국이 해외 자산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러시아도 중국처럼 활발하게 외국 기업들을 사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통해 국내 기업들이 첨단 기술을 확보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투자를 다원화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곤 “국제 금융시장의 유동성 위기로 기업 자산 가치가 크게 하락한 지금이 투자 적기”라며 “정부도 기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돕겠다”고 약속했다.

러시아 최대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의 회장이기도 한 메드베데프는 가스프롬의 유럽·아프리카·남아메리카 진출을 진두 지휘해 왔다. 지난해 12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후계자 지명을 받으면서 사실상 차기 대통령 자리를 굳힌 상태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 유권자의 60~80%가 다음 달 2일 대선에서 그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메드베데프의 이날 발언은 오일 달러로 주머니 사정이 넉넉해진 러시아가 앞으로 보다 공세적으로 해외 진출 전략을 펴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러시아 기업들은 몇 년 전부터 해외 진출로 눈을 돌려 왔다. 세계 최대 니켈 회사인 러시아의 노르니켈은 지난해 캐나다 니켈 광산업체 라이언오어를 64억 달러에 매입했다. 알루미늄 기업 루살도 오스트리아 건설회사 쉬트라바크의 지분 30%를 16억 달러에 사들였다. 2006년에는 거대 철강기업 예브라스가 미국 철강회사 오리건 스틸을 23억 달러에 매입하기도 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달 31일 자원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적립, 조성해 온 안정화 기금(1570억 달러·약 150조원) 일부를 수익 사업으로 돌리기로 결정했다. 지금까지 비상사태에 대비해 비축해 둔 이 기금을 국제유가 하락 대처용 예비펀드와 적극 투자용 국부펀드로 분리해 운영키로 한 것이다. 국부펀드에는 320억 달러가 할당됐다. 이를 활용해 러시아 기업의 해외 자산 매입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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