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자재도 일손도 없다" 아파트 공사 못할 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중소업체인 Y건설의 장모 사장은 요즘 회사에 나가지 않는다. 지난달 28일로 1주일이 됐다. 대신 철근을 구하러 제강회사와 철근 대리점으로 출근한다. 자재 담당 직원들에게 맡겨 놓았지만 웃돈을 주고도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자 직접 나선 것이다. 철근을 구하지 못하면 지방 두 곳에서 벌여 놓은 아파트 공사를 멈춰야 할 판이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 B아파트는 골조공사를 20% 남겨둔 상태에서 철근 부족과 인력난으로 공사를 일시 중단했다. 경기도 안양시에서 대형 오피스텔을 신축 중인 A사도 자재가 떨어져 지난주 공사를 멈췄다.

건설업계가 자재난과 인력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건설 성수기에 접어들어 수요가 많아진 데다 고철 등 수입 원자재난이 일고 모래 채취가 일부 중단되면서 철근과 골재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게다가 주요 건설인력인 외국인 근로자들이 불법 체류자로 분류돼 대거 빠져나가면서 인력 부족도 심각해지고 있다.

◇철근 파동에 모래 대란까지=건설현장에서 많이 쓰이는 지름 10㎜짜리 철근의 경우 최근 두달 새 값이 30% 이상 뛰었다. 지난해 10월 t당 40만7000원이었으나 지금은 t당 53만여원으로 급등했다. 그나마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구매력이 떨어지는 일부 중소 건설업체는 t당 15만~20만원의 웃돈까지 주고 대리점에서 구입할 정도다. 대우건설 장성각 상무는 "6월까지 15~20% 더 오를 것"이라며 "이달부터 고철 공급량이 줄어든다는 소문까지 나돌아 업계에는 위기감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선 모래 대란도 우려된다. 수도권 모래 공급의 70%를 차지하는 인천시 옹진군이 환경단체 등의 반발에 부닥쳐 지난 1월 말 바닷모래 채취 허가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인력난도 겹쳐=건설현장마다 인력 구하기에 비상이 걸렸다. 건설사마다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70%까지 외국인 근로자를 쓰고 있는데, 이들의 출국이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인력의 40%가 외국인인 C건설의 경우 공사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외국인 기능직이 지난해 10% 줄어든 데 이어 외국인 불법 체류자 2차 출국 시한인 3월 말까지 20%가 더 빠져나갈 것 같다"며 "내국인은 인건비가 20% 이상 비싸기 때문에 수지를 맞추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지난해 11월 이후 건설현장의 외국인 기능인력이 직종에 따라 18~47% 빠져나갔다"며 "이달부터 불법 체류자 강제 퇴출이 시작되면 인력 대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이 달이 고비가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자재값의 상승세가 계속되고 인력난이 심화할 경우 공사 중단 사태가 확산할 것으로 우려한다. 건설자재협의회 최현석 회장은 "아파트 분양가 인상 등의 부작용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한건설협회 마형렬 회장은 "자재.인력난이 계속되면 중소 건설사는 연쇄 부도 사태까지 우려되므로 정부.업계 공동으로 대응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종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