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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했는데 … 혜진아 예슬아 어디 있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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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내 뒷자리에 앉아 있던 친구 예슬이 빨리 보내주세요." 31일 경기도 안양 명학초등학교 2학년 3반 교실에서 친구 유지은양이 두 손 모아 기도를 드리고 있다.

친구들은 실종된 친구를 찾는 전단 옆에 편지를 썼다. [사진=안성식 기자]

“예슬아, 이렇게 추운 날 어디로 갔니. 난 네가 너무 보고 싶어. 하루빨리 무사히 돌아와 친구들이랑 즐겁게 공부하자. 예슬아, 빨리 와. 널 보고 싶어하는 다영이가.”

친구들이 쓴 편지는 주인 없는 빈 책상 위에 쌓였다. 정다영(8) 양은 편지를 쓴 뒤 고사리 손을 모아 기도했다. 몇몇 아이들은 눈물을 훔쳤다.

지난해 12월 실종된 이혜진(10)·우예슬(8)양이 다니는 경기도 안양시 명학초등학교. 40여 일의 겨울방학을 마치고 31일 개학했지만 분위기는 무거웠다. 반가운 얼굴을 만나 조잘대며 등교하던 아이들은 교문에 걸린 현수막을 보고 금세 침울해졌다. ‘예슬아, 혜진아! 하루빨리 무사히 돌아오길 바란다’.

이날은 혜진이와 예슬이가 실종된 지 38일째 되는 날. 두 어린이는 지난해 12월 25일 오후 4시30분쯤 안양문예회관 앞 야외공연장 부근에서 실종된 뒤 아직까지 행방을 알 수 없다.

교내 나무에는 가지마다 두 어린이가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는 소망을 담은 노란 리본이 빽빽하게 걸려 있었다. 학교 건물 곳곳에는 두 학생을 찾는 포스터·수색 협조문이 붙어 있었다.

2학년 3반 예슬이 책상 옆에는 서투른 글씨로 ‘예슬’이라고 적어놓은 작은 빗자루와 쓰레받기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담임 김기욱(49·여) 선생님은 “예슬이가 반드시 돌아올 것 같아 꽃다발은 갖다 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4학년 4반에서도 혜진이를 제외한 39명의 학생이 어두운 표정으로 담임선생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창가 쪽 줄 세 번째 자리에 있는 혜진의 책상에는 주인 대신 겨울 아침햇살이 차지하고 있었다. 담임 장소영(32·여) 선생님은 “철없는 어린 아이들이지만 친구의 실종에 큰 충격과 상처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교내방송으로 진행된 개학식에서 이윤형 교장선생님은 “시간 날 때마다 친구들이 무사히 돌아오길 기원하자”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혹시 모를 또 다른 사고를 막기 위해 “외출 때는 꼭 어른과 함께 다녀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개학식 도중 예슬이 앞자리에 앉은 유지은(8)양이 눈물을 흘렸다.

개학식 뒤 학생들은 ‘이혜진·우예슬, 엄마·아빠 품으로’라고 적힌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았다. 혜진이와 예슬이의 얼굴이 인쇄된 노란 엽서에 친구들의 무사귀환을 비는 편지도 썼다.

글=최선욱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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