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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부진·무역수지 적자·경기전망↓ … 경기, 꺾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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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내 경기가 회복세를 멈추고, 꺾이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소비 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경제의 버팀목인 무역수지도 고유가의 영향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향후 6개월 전후의 경기상황을 예고하는 지표인 경기선행지수가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81.7%를 기록해 두 달째 하락했다.

새 정부는 올해 6%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지난해 성장률(4.9%)을 넘어서는 것도 버겁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지난해 1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소비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인 소비재 판매가 전년동월비 2.6% 증가에 그쳤다. 소비재 판매 증가율은 10월 8.4%, 11월 6%에 이어 계속 둔화하고 있다. 의복, 차량용 연료 등의 판매가 부진했다. 올 들어 주가가 떨어지면서 가계의 자산이 줄어들어 소비 위축이 더 뚜렷해질 전망이다.

경기선행지수는 전년동월비 7.2%로 전달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는 보고서에서 “경기선행지수가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경기가 전환 국면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며 “선진국 경제의 둔화 조짐이 신흥 시장으로 확산되면서 한국 수출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들도 경기를 어둡게 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제조업의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84로 전달보다 3포인트 떨어졌다. 이 지수는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째 하락하고 있다. 이 지수가 100을 밑돌면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보는 기업이 좋아진다는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다.

무역수지는 지난해 12월 8억6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1월에도 대규모 적자가 예상된다.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은 최근 “1월에도 20억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통계청 이태성 경제통계국장은 “경기는 당분간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등 불안한 대외 여건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올해 4.8% 안팎으로 전망한 한국의 성장률을 낮추는 작업에 들어갔다.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는 한국의 성장률을 3.6%로 낮췄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미국의 경기 둔화 정도가 예상보다 커지면서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다”며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 세계 소비가 얼어붙으면 우리 수출도 감소할 수밖에 없어 정부는 경기 둔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명박 당선인은 이날 인수위 간사회의에서 “세계가 어렵다고 우리가 계속 목표를 하향 조정하면 절대로 뜻을 이룰 수 없을 것”이라며 “국민 모두가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고를 갖는다면 (6% 성장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상렬·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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