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춘풍의 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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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외국의 유명작품을 국내에 소개해온 극단 한양 레퍼토리(대표 최형인)가 창단한지 5년만에 첫 창작극으로 『춘풍의 처』를 공연하고 있다.
이 작품은 중견 극작가 오태석씨의 대표작.우리 고전인 『이춘풍전』의 이야기를 기본 뼈대로 한 이 작품은 지난 76년 발표되어 마당극 형태로 여러극단들에 의해 경쟁적으로 공연됐던 인기물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무대를 예전 무대들의 「유사품」쯤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지금 공연중인 『춘풍의 처』는 스토리는 같지만 여러가지면에서과거 공연작품들과는 전혀 색다른 감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무대의 시각화 솜씨가 뛰어나다.
고급스런 조명,탁월한 의상디자인은 마치 한폭의 색채화를 보는듯하다.한장면씩 떼어놓으면 탁월한 영상물의 「신」이나 오려놓고싶은 한장의 그림엽서를 연상케한다.한마디로 격조 높은 「한국적색깔」을 재현시킨 「작고 예쁜」무대다.
스토리는 이미 잘 알려진 원작 그대로다.평양기생 추월이한테 반한 남편 춘풍.남편을 찾아나선 못난이 처.그 과정에서 춘풍의처가 겪는 애환과 죽음이 걸죽한 재담.노래.춤과 함께 어우러져모처럼 연극보는 재미를 한껏 더해준다.
이번 무대에서 작품해석을 둘러싸고 관심을 끄는 장면은 무당 신과 춘풍의 처 장례 신.
연출가인 최형인씨는 이 장면들을 애간장이 끊어지고 애절하게 만들려고 애썼으나 공연을 관람한 작가 오태석씨는 『좀더 해학적으로 갔으면』하는 의견을 보였기 때문이다.
어느 한쪽이든 확실하게 하나를 선택했더라면,그리고 아직 「젊은 배우」들이 좀더 분명하게 무대에서 「싸우듯」제역할을 소화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긴 하나 이 점은 전체 무대에 비하면 옥에 티 정도다.『과연 연극적이란 무엇인가』를 보 여준 대표적인 무대였기 때문이다.4월16일까지 동숭아트센터.평일 오후 7시 30분,토.일 오후 4시40분.7시30분.(747)1206. 글 金光洙.사진 吳東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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