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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는 활주로를 비상하고, 우리는 꼭꼭 밟아 걷습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하철 3호선 수서역에 위치한 공군 제 15대 혼성비행단은 매일 아침 7시 반부터 오전 10시 반까지 F.O.D(Foreign Object Damage)를 실시한다. FOD는 활주로에 있는 여러 가지 이물질로 인한 비행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일이다. 활주로에 작은 이물질이 하나라도 있다면 항공기 이·착륙 시 큰 위험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활주로를 점검하고 이를 제거 한다.
FO 처리반은 운항관제대 소속으로, 조류 충돌 방지 임무를 하고 있는 BAT(Bird Alert Team)조와 함께 운항지원반에 있다. 현재 운항지원반은 지원반장 1명과 병사 10명, 총 11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타부서 지원 요원 6명을 포함해 총 17명이 FO 처리 작업 및 조류 충돌 방지 임무를 담당한다. 첫 비행이 시작되기 전 활주로 이물질 제거를 모두 마쳐야 하므로 이게 하루 중 첫 일과인 셈이다.

그런데 이들의 FO 처리 모습을 먼발치에서 보고 있자면, 군인다운 구령과 절도 있는 구보에도 불구하고 섬세한 탐사대의 조심스러움 같은 게 느껴진다. FO군인들은 활주로에 7~8명으로 넓게 퍼져 천천히 걸으면서 활주로를 주시하기 시작한다. 작은 돌멩이 하나라도 활주로에 들어가 있으면 안 된다. 활주로를 ‘자신의 방’처럼 청소하고 또 청소해야한다.
다른 식으로 말하면, FO처리는 활주로의 끝과 끝을 잇는 걷기이기도 하다. 실제로는 활주로와 그 인근에 있는 유도로까지 작업을 하기 때문에 이들은 아침마다 10~15km를 걷게 된다. 산책로나 등산로에 흠뻑 취해 운동 삼아 걷는 것과는 또 다른 종류로, 날마다 자기단련의 고단함과 싸워야만 해낼 수 있는 일이다.


FO반 군인들은 아침을 먹고 두세 겹의 옷을 끼워 입고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활주로로 나선다. 활주로는 광활하고, 광활한 만큼 두 배, 세 배의 추위를 느끼게 한다. 영하 9도의 날씨라면 체감온도는 영하 18도 쯤 된다.
FO 처리 작업에 힘든 점은 활주로에서 항상 야외작업을 하는 만큼 계절 변화나 날씨에 민감하다. 강한 햇빛과 기온이 높은 여름철, 기온이 매우 낮은 겨울철, 특히 활주로는 바람을 막아주는 곳이 없어서 다른 곳보다 훨씬 춥다. 특히 눈이 많이 오는 겨울철에 이들에게 맡겨진 최대의 임무는 “활주로에 눈이 쌓이는 것을 막아라!”이다. 실제로 눈이 쌓이지 않도록 활주로를 매시간 마다 주시해야 한다.
“공군에서는 못쓰거나 기한을 넘긴 고물 비행기나 전투기에서 엔진을 분리해 활주로의 눈을 치우거나 녹이는 데 사용하기도 한다. 트럭에 엔진을 탑재하고 연료탱크를 끌고 다니면서 눈을 치우기도 한다.” 운항관제대장인 정호성 소령의 이야기다.

FO 병사들은 옷 입는 것과 신발 신는 것도 남다르다. 윗옷은 보통 5벌이 기본이다. 런닝, 내복, 전투복, 깔깔이, 야전상의 내피, 외피, 발열조끼 그리고 방한 피복 내, 외피 순이다. 바지도 속옷과 내복, 전투복, 방한피복 내, 외피를 입는다. 신발은 양말과 방한 버선을 신고 신발을 신는다.
금종귀 하사는 FO의 주요 임무는 활주로를 청소하고 관리하는 일이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병사들의 건강이라고 강조했다. 한때는 타 비행단 FO병사들이 인라인을 타고 청소를 한 적도 있다. 인라인을 타면 군인들의 걸으면서 청소했던 업무효율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하지만 인라인의 단점은 일주일 만에 나타났다. 바로 인라인의 속도와 안전상의 문제.
인라인을 타면 청소의 속도가 빨라지는 장점에 비해 꼼꼼히 활주로 청소를 할 수 없다는 점과 인라인을 잘못 타다 넘어져 병사들의 무릎과 타박상이 문제가 됐다.
김효빈 상병(24세)은 “처음 이곳에 배치 받았을 때는 대단한 일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비행 안전을 위해서는 조종사뿐만 아니라 저희들 임무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자부심을 가지고 임무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진 객원기자 yjin78@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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