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혼란에 빠진 영어교육 혁신방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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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대통령직 인수위의 영어 공교육 강화 방안을 둘러싼 혼란 양상이 점입가경이다. 일반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는 ‘영어 몰입 교육’이 없던 일로 됐다. 얘기가 나온 지 일주일도 안 돼서다. 인수위는 수능 영어시험을 대체하는 영어능력평가시험에서도 한 발 뺐다. 2013학년도엔 읽기와 듣기 능력만 평가하고 말하기·쓰기를 포함한 전 영역평가는 2015학년도에 시행하겠다고 한다. 교육계의 우려를 의식한 조치다. 학부모·교사들은 뭐가 뭔지 모르겠다며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새 정부 교육정책이 벌써부터 삐걱대는 데는 인수위 책임이 크다고 본다. 선후가 뒤바뀐 정책을 쏟아내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밑그림에 대한 설명 없이 목표부터 불쑥 내놓는 꼴이다. 교육현장에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가시적인 성과에 매달려 섣부른 정책을 내놓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반발에 부닥쳐 오락가락하는 모양새도 정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새 정부가 추진하려는 영어 공교육 강화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글로벌 시대의 수요에 맞춰 영어교육의 틀을 뜯어고쳐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의욕만 앞세운다고 될 일이 아니다.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실천방안 마련이 먼저다. 영어수업 능력을 갖춘 교사 충원과 재교육, 학급당 인원 축소 같은 영어교육 환경 개선 등 전제조건이 한 둘이 아니다. 인수위가 오늘 영어교육 강화 실천방안에 대해 공청회를 여는 것은 그런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물론 이 공청회로 끝내선 안 된다. 현장 의견을 충분히 더 듣고, 세부안을 더 다듬은 뒤 실행에 옮겨야 한다.

학생·학부모 대부분이 영어교육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래서 인수위가 영어교육 정책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인수위는 이왕 시작한 만큼 시행착오를 피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영어교육 혁신 방안을 짜주기 바란다. 그러려면 교육이 한 정권의 성과를 과시하는 수단이 아니라 국가의 백년대계라는 사실부터 인수위는 되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