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를 戱畵化하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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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세상에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일들이 정치판에서 자행되고 있다.
야당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장과 부의장을 「억류」해 등원(登院)을못하게 막고,내무위원장과 여당간사를 속초(束草)로,여수(麗水)로 강제로 데려가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이게 정치인가,장난인가. 민주당은 날치기를 막기 위해 이런 방법을 동원했다고 하지만 그런 말로 이런 해괴한 행위를 합리화할 수는 없다.날치기를막기 위해서는 무슨 짓을 해도 괜찮다는 법은 없다.
우리는 이번 일이 해외토픽거리로 우리정치가 국제적 조롱의 대상이 되고,나라망신. 국민망신을 얼마나 시킬는지 두렵다.어떻게이런 막가는 정치를 생각했는지 도저히 그 발상(發想)을 이해할수 없다.야당이 이런 비상식적인 물리력(物理力 )행사로 날치기를 저지하려 한다면 거꾸로 여당이 비상식적인 수법으로 야당의원들의 행동을 속박한채 날치기를 강행할 때 무슨 말로 비난할 수있을까.어린애들의 기마전(騎馬戰)도 아니고,정치를 이렇게 유치하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야당에는 산전수전 다 겪은 경륜있는 인물도 없지 않고,나름대로 자부심 높은 인사도 많은데 어떻게 이런 일이 당론(黨論)으로 결정됐는지 의아할 정도다.또 설사 당방침으로 결정됐다 하더라도 몇십명의 의원들이 어떻게 이런 일에 따라만 가는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우리는 이제라도 야당 안에서 자성론이 나와야 한다고 보고,의장공관등에 보낸 의원들은 즉각 철수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정치를 더이상 웃음거리로 희화화(戱畵化)하는 일은 그만둬야 한다.
민주당의 자체 여론조사에서도 「지지할 정당이 없다 」는 응답이57%나 됐다면 이게 무슨 뜻인지 새겨봐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이번 일을 두고 민자당이 감금이니,납치니 하며 고발까지 검토한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무슨 좋은 일이라고 떠벌리고 확대하겠는가.
나라를 망신시키고 국민의 정치불신과 정치허무주의.냉소주의.경멸주의를 조장할 요즘의 유치한 정치판을 빨리 매듭짓기만 촉구하고 싶다.이건 어느 당이 이기고 어느 당이 지는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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