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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함께하는 경제교육 유치원생 학습 효과 높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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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들에게 생태학습을 통해 딱딱하고 어려운 경제 개념을 가르치는 ‘에코프로젝트’의 조재민 연구소장. 정치호 기자

“경제교육은 숫자놀이가 아닙니다. 아이들이 자연에서 뛰놀며 경제 개념을 익힐 수 있는 ‘생태경제교육’이 효과적입니다.”

초등학생은 물론 유아를 위한 경제교육캠프까지 등장한 요즘 경제교육과 생태교육을 접목해 전파하는 이가 있다. ‘에코프로젝트’ 조재민(44) 연구소장이 그 주인공. 조 소장은 14년 동안 유치원을 운영해 온 경험을 살려 아이들이 돈의 의미를 알고 올바른 소비 습관을 갖도록 새로운 개념의 경제교육을 주장한다.

“흔히 하는 시장놀이는 이벤트성 교육에 불과해요. 이렇게 경제교육이 왜곡될 경우 아이들은 경제를 돈 벌기 위한 행위로 오해해 경쟁만 생각하게 되죠. 계산 위주의 교육이 아니라 곤충과 식물이 서로 도와가며 더불어 살아가는 생태계의 질서를 배우면서 경제 개념을 터득하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조 소장은 동·식물이 공생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교류와 생존 방식 등을 사람들의 경제활동에 빗대어 가르쳐 보자고 제안한다. 예컨대 아이와 함께 길가에 피어 있는 민들레를 봤다면 민들레가 종족 번식을 위해 꿀을 만드는 것은 생산 활동, 벌이나 나비가 가져온 꽃가루와 꿀을 교환하는 것은 물물교환으로 설명해 보자는 것이다.

겨울에 도토리를 저장했다가 일부는 먹고 나머지는 땅 속에 저축해 두는 다람쥐 생태도 경제 원리를 가르쳐 주는 데 좋은 사례다. 땅 속에 저장한 도토리가 싹을 틔우고 참나무로 자라 더 많은 도토리를 생산해 내는 일련의 과정으로 저축·투자·이자 개념을 설명할 수 있다. 이렇게 자연 속에서 체험한 생태학습을 토대로 경제 개념을 익히면 머릿속에 오래 남을 뿐 아니라 현실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소장은 또 “대부분의 유아들이 동·식물의 생존 전략을 보며 스스로 고민하고 해답을 얻으려는 과정에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고 자기 주도적 학습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결국 생태학습은 경제뿐만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가치관도 갖게 해준다는 것이다.

“어떤 것을 아끼고, 어떤 것을 이용할 것인지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경제교육입니다.”

조 소장은 가정에서 경제교육을 재밌게 할 수 있는 방법도 소개했다. 아이와 함께 물건을 만들어 가격을 매긴 후 친구들과 물물 교환하기, 여러 사람이 분업해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땅따먹기 게임 등이 그것이다. 여러 사람이 효과적으로 분업하는 방법과 가장 넓은 땅을 빨리 차지하려고 고민하는 과정이 곧 경제행위와 같다는 말이다.

 
글=민선화 기자 , 사진=정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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