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협 잇단 해산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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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농협의 방만한 경영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신이 '해산 결의'라는 극단적인 형태로 치닫고 있다. 경기도 파주 교하농협과 경북 구미 장천 농협 등이 잇따라 해산을 추진하고 있어 농협과 조합원 간의 갈등을 실감케 하고 있다. 농민 조합원들이 주주로 참여해 설립되는 지역 농협이 노사갈등 때문에 직장폐쇄된 적은 있지만 해산을 추진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직장폐쇄는 노사갈등이 해소되면 정상 운영되는 반면 해산은 곧바로 청산 절차에 들어가는 게 다른 점이다.

파주 교하농협은 지난 26일 오후 긴급 대의원총회를 열고 재적 대의원 66명 중 54명 참석, 47명 찬성으로 해산을 결의했다. 해산 및 청산절차를 추진하기 위해 이날 결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른 시일 내에 조합원 총회를 소집, 해산을 결의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농협법은 조합원의 과반수 출석과 출석조합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해산을 결의하면 출자금 등 지분 환급.예금 지급 등으로 해산 절차를 밟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의원들은 "최근 과장급 직원이 공범으로 가담, 고객 예금 7억원을 사기 인출하는 금융사고로 명예가 실추된 데다 지난 2년간 2억9천여만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신입 직원 연봉이 3000만원에 이를 정도로 방만하게 경영되고 있다"며 이처럼 결의했다.

교하농협은 1969년 농민 조합원들이 주주(현재 2059명)로 참여해 설립돼 본점과 와동.운정 등 2개 지점이 운영되고 있으며, 자산 규모 1700억원, 여수신 규모는 1230여억원에 이르고 있다.

한편 장천농협은 이미 조합원 1200여명 중 917명이 조합원 탈퇴서를 내 해산이 임박한 상태다. 대의원협의회(회장 박병옥)가 지난해 말부터 ▶조합장 등 간부 임금 4000만원 수준 인하▶대출금리 2~3% 인하▶노조 해산 등을 요구하며 조합 측과 협상해왔으나 결렬된 탓이다. 대의원들은 현재의 지역조합을 해산하고 원예 작목조합을 새로이 결성키로 하고, 지난 26일 60명으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또한 28일 대의원 총회를 열어 해산을 결의하고 조합원 총회 소집 날짜를 잡기로 했다.

이에 비해 대구 달성군 유가농협의 경우는 조합원의 개혁 요구를 받아들여 분쟁이 원만히 끝난 사례다.

유가농협은 지난 25일 임직원 연봉 삭감 및 대출금리 인하 등에 합의했다. 유가농협 조합장의 연봉은 종전 8200만원에서 4000만원으로 51% 삭감됐으며, 나머지 임직원에 대해서는 각종 수당을 40%씩 삭감키로 했다. 또한 조합원에 대한 신용대출 금리를 2%씩 내리고 간부에 대한 구조조정을 실시키로 했다.

이에 대해 농림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주로 정부가 부실 조합을 정리하고 통폐합을 하는 식이었다"며 "갈수록 조합원들의 권리의식이 커지고, 적극적으로 조합 경영을 개선하려 나서는 데 따른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파주=전익진.구미=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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