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자여행>角逐-동물들이 뿔을 무기로 벌이는 싸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한자의 조상이라 할 수 있는 갑골문(甲骨文)을 보면 각(角)은 영락없는 뿔이다.그 뒤 여러 단계를 거쳐 현재의 글자체인 해서(楷書)로 정착되었으므로 달라지게 되었다.
쇠뿔이나 물소뿔은 속이 텅 비어 있다.그래서 가끔 술잔으로도이용했는데 이 때문에 角이라면 「술잔」의 뜻도 있다.물론 끝이뾰족했으므로 「모퉁이」라는 뜻도 가지게 되었다.
해(解),촉(觸),상(觴)등은 모두 「뿔」과 관계있는 글자 들이다. 한편 축(逐)은 (착.동작)과 豕(시.돼지)의 결합이다.곧 우리를 뛰쳐 나온 돼지를 잡기위해 뒤쫓아 가는 것을 말한다.따라서 뜻은 「쫓다」가 된다.
각축(角逐)은 뿔로 싸우는 것이다.야생동물을 소개하는 TV프로그램을 보면 여러 수컷이 한 마리의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장면이 많다.자연히 다툼이 없을 수 없다.이때 즐겨 사용하는 무기가 뿔이다.이른 바 각축전(角逐戰)인 것 이다.
그런데 사람이 싸우는 것도 동물과 별로 다를 게 없었던 모양이다.「암컷」대신 「땅」을 뺏기 위해 싸우곤 했는데 뿔 대신 「창이나 칼」을 사용했을 뿐이다.춘추전국 시대가 대표적인 경우로 백성은 도탄에 빠지고 천하는 혼란에 휩싸였다.
오죽했으면 짐승들이 본능에 따라 싸우는 모습을 인간에게 적용시켰을까.
이제는 땅 뿐만 아니라 돈때문에 「角逐」을 벌이곤 한다.차츰짐승이 되어가는 듯하여 안타까울 뿐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