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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세 일본인, 7대륙 최고봉 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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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일본의 70대 산악인이 역대 최고령으로 세계 7대륙 최고봉을 모두 등정하는 데 성공했다. 주인공은 아이치(愛知)현 산악연맹회장인 이시카와 도미야스(石川富康·71·사진). 일본 언론들은 “그가 21일 남극대륙 최고봉인 빈슨매시프(4879m)의 정상을 밟아 이러한 대업을 이뤘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시카와는 등정 일주일만인 27일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는 지역에 도착, 아이치현 자택으로 전화를 걸어 성공 소식을 알렸다. 그는 산악연맹회원들에게 “자연의 엄격함에 늘 숙연해 하면서 체력과 주의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쉬지 않고 노력한 결과 결실을 보게 됐다”고 소감을 전해왔다.

종전 최고령 완등자는 스페인의 라몬 블랑코씨로 70세 8개월이었으나 이시카와는 이번에 이 기록을 깼다. 지금까지 세계 7대륙 최고봉 정복에 성공한 산악인은 200명 가량이다. 이 가운데 일본인은 이시카와를 비롯한 10명이다.

일본에서 출발해 칠레를 거쳐 남극대륙에 도착한 이시카와는 이달 7일 빈슨매시프의 해발 약 2200m 지점에 베이스캠프를 설치했다. 이곳에서 외국인 등반대와 합류해 13일부터 정상 정복에 나섰다.

2002년 에베레스트를 등반하고 있는 이시카와 도미야스.

이시카와가 7대륙 최고봉 등정을 결심한 것은 2002년 초여름. 65세였던 그해 5월, 에베레스트(8848m) 등정에 성공, 당시로는 최고령 기록을 세웠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이듬해 6월 북미 최고봉인 맥킨리(6194m) 에 오른 데 이어 유럽 엘부르스(5642m), 오세아니아의 칼스텐츠 빌라밋(5030m), 남미의 아콩카구아(6960m)를 차례로 정복해나갔다. 지난해 9월에는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5895m) 등정에 성공하면서 올 초 남극 대륙 최고봉 도전만 남겨두고 있었다.

그는 전 세계에서 14좌에 이르는 8000m 이상급 봉 가운데서도 6개에 오르는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맥킨리에 오를 때는 동상에 걸리는 바람에 오른손 손가락 2개의 첫째 마디를 잘라내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2003년 이시카와의 종전 최고령 에베레스트 등정 기록을 깬 미우라 유이치로(三浦雄一郎·75)는 “이시카와의 7대륙 완등은 인류의 쾌거”라며 “올 봄 에베레스트 등정에 재도전하려는 나에게 큰 격려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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