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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점 전성시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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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서울 방이동 올림픽 선수.기자촌 아파트상가(중심상가 1백52호)에서 풀무원식품의 건강보조식품 체인점인 "내추럴하우스"를 운영하는 박미혜(37)씨. 박씨는 지난해1월 직장을 옮긴 남편의 5천여만원과 은행에서 집을 담보로 융자받은 2천만원.적금.
곗돈 1천만원등 총8천여만원을 투자해 체인사업을 시작했다. 점포권리금 2천만원,보증금 3천만원,계약금 5백만원등 10평규모의 점포를 마련하는데 5천5백만원이 들었고 나머지 2천5백만원을 초도상품비(1천만원)보증금(3백50만원).가루곡식분쇄 기계지(2백만원),판촉활동비(1백50만원),인테리어비(8백만원)등으로 썼다.
박씨는 현재 월평균 1천5백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월세.대출원리금.관리비 등을 제한 순익 2백50만원 정도를 집으로 가져간다. 덕분에 생활에 큰 여유를 찾은 그녀는 요즘 힘은 들어도 신이 나있다.
박씨는 직장을 옮기는 남편을 보고 체인사업에 나서 성공한 케이스지만 체인사업에 승부를 걸기 위해 직장을 박차고 나오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한국법제연구원이 지난해 7월21일부터 31일까지 서울시 소재2백개 가맹점주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체의 54.5%가 여성으로 여자가 남자보다 많고,연령별로는▲30대(52.3%)▲40대(29.1%)의 순으로 30~40대가 주류를 이룬다. 이들의 전직(前職)을 보면▲사무직(25.9%)▲주부(25%)▲전문관리직.일반 판매서비스직.유사업종(각각 13.2%)등으로 주부뿐아니라 탈(脫)샐러리맨을 목적으로 나선 사람이 많다.
그러나 「소자본으로 높은 소득보장」,「개업까지 본부가 모든 것을 책임지고 처리」,「10평이내 점포에서 월수 3백만원 보장」등 달콤한(?) 광고처럼 체인사업이 「매력적인」 사업만은 아니다. 자본부족.경영노하우 부족으로 부도에 이르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일부 체인본부중에는 체인점 개설희망자가 낸 보증금.설비비.인테리어비 등을 챙긴후 고의로 부도를 내고 잠적하는 사기성 체인본부까지 있다.
서울 강남에서 화장품 소매점을 운영하던 김철수(가명.36)씨는 93년 10월 한 일간지 광고를 보고 「도코만쥬(일본식 빵)」체인점을 개점했다가 돈만 떼였다.
金씨는 가맹점 계약금.잔금.물건값 등으로 5백여만원을 지불하고 본사가 마련해준 H유통 매장에서 11월부터 장사를 시작했으나 매출부진을 이유로 한달만에 퇴점을 당했다.
본사는 「다른 매장을 알선해주겠다」는 약속을 무시하고 김씨에게 아무런 대책도 세워주지 않았다.
「베스트인」호프 체인사업을 펼쳤던 신성종합유통.이 회사는 지난해 8월 도산했지만 현재 같은 대표자가 다시 D종합식품을 설립해 체인사업을 펴고 있다.
이 회사는 부실한 호프기계를 보급하고 체인점주들에게 평당 95만원의 인테리어비를 받았으면서도 불량한 소파.간판 등을 제공해 체인점주들의 불만을 사다가 결국 부도를 냈다.
대한상사중재원의 전덕수(全德洙)전문위원은 『본원에 한달에 한두건씩 꾸준히 체인점 피해가 접수되고 있다』며 『고의로 부도를낸 회사대표가 다른 대표자를 내세우고 회사이름만 바꿔 버젓이 같은 영업을 하는 경우까지 있지만 현실적으로 피 해자가 보상을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한다.
외양이 화려하고 깨끗해 샐러리맨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서양식 구멍가게,편의점.
그러나 편의점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만은 아니다.
서울 중곡동에서 L편의점을 운영하던 鄭모(39)씨는 최근 본부에서 탈퇴,독자경영에 나섰다.
탈퇴전 35평 규모의 편의점에서 올린 매출은 월평균 2천4백만원.이중 본부에 상품공급비용 1천8백만원을 내면 매출이익으로는 6백만원이 떨어졌다.여기서 매출수수료(로열티)1백80여만원,점포임대료 1백만원,아르바이트생 3~4명에 대한 인건비 2백만원,수도.광열비 1백만원,손실비용 50만원을 빼면 수중에 20만원 밖에 남지 않았다.
이 금액은 은행.사채로 빌어쓴 돈에 대한 이자 1백40만원에도 훨씬 못미쳐 매달 1백20만원의 손실이 발생해 鄭씨는 결국손해를 감수하고 가맹점에서 탈퇴하고 말았다.
그러나 체인점사업으로 아무리 억울한 일을 당했다 하더라도 미국이나 일본처럼 체인점 관련 규제법이 따로 없는 우리나라에서는구제의 방법이 없다.
최근 『프랜차이즈 관행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발표한 한국법제연구원의 崔성근 선임연구원은 『현재 가맹점주들이 본부에 대해 극히 불리한 입장에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현행 도소매진흥법이나 공정거래법만으로는 도저히 점주들을 보호할 수 없는 만큼 프랜차이즈(체인점)에 관한 법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李京宣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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