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월급쟁이 일상’ 노래로 만든 최상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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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30, 40대 직장인의 삶과 애환이 대중가요로 탄생했다. 월급쟁이의 일상이 앨범 전체를 장식한 건 처음인 것 같다. 최상률(40·KT 미디어본부·사진)씨의 1집 앨범 ‘브레이크 더 룰(Break the Rule!)’이다. 사무실 바로 옆자리에서 일할 것만 같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의 고뇌와 감상이 흐른다.

최씨는 앨범에 수록된 노래 10곡을 직접 작사·작곡했다. 유희열과 함께 토이를 만들었던 윤정오씨가 편곡과 앨범 디렉팅을 맡았다. 최씨의 보컬은 무엇보다 따뜻하다. 10년간 직장인 밴드에서 리드싱어로 활동한 경력이 녹녹히 묻어난다.

가사 또한 진솔하다. 대학생 때의 감성으로, 직장인 일기를 적듯 써 내려가 샐러리맨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화려하지 않은 사운드와 가슴을 적시는 가사에서 그룹 ‘동물원’의 냄새가 살짝 풍긴다.

최씨는 이번 앨범으로 두 가지 편견을 깨고 싶었다고 했다.

“‘마흔 살에 무슨 앨범을 내냐, 더구나 직장인이…’라는 편견에 도전하고 싶었어요. 무모한 도전일지 모르지만, 내 자신은 물론 남들에게도 자극을 줄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노래를 잘한다기보다, 가사가 좋다는 반응이 많네요. (웃음)”

‘아이 러브 스쿨’(I Love School)은 1990년대 후반 사회현상으로 떠오른 옛 친구 찾기를 소재로 한 노래다. ‘평범하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넌 이제 깨달아야 해’는 제목만으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봄이 와도 봄이 아닌 봄’은 90년대 말 친한 직장 동료가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떠나는 것을 보며 느낀 소시민적인 감정을 풀어낸 곡이다. ‘월급쟁이’에서는 “월급은 마약(생명), 한 달에 한 번씩 맞는 마취제(영양제)”라는 공감 100배의 외침이 메아리친다.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는 “거친 손이 애처로워 살며시~”류의 노래지만,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했다. “추운 겨울 아침, 버스 정류장에서 만원 버스를 향해 달려가는 아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자신이 한없이 작아 보였던 기억”은 맞벌이 부부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새삼 느끼게 한다.

“생활인의 흔적이 묻어나는 노래가 없는 게 늘 아쉬웠어요. ‘월급은 마약’이라고 노래로 외치고 싶었죠. 직장인들이 노래방에서 제 노래를 많이 불러준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동창 찾기 사이트를 통해 다시 만난 초등학교 시절 첫사랑이 “나도 너를 좋아했었다”고 고백했다는 내용의 ‘아이러브 스쿨’이 계속 귓가에 맴돈다. “본인의 실제 이야기인가”라는 짓궂은 질문에 최씨는 그냥 웃기만 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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