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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미래로 향한 창 살짝 엿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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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미래의 상품 예측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디자이너가 만든 명품 묘지가 유행하고, 애인을 쇼핑하는 시대가 오며, 노년 결혼이 대세가 되는 시대가 오리라고 예언했던 페이스 팝콘의 '미래생활사전'(을유문화사)류와는 거리가 멀다는 이야기다.

기자 출신인 트렌드 전문가 호르크스는 "세계는 진화한다"고 믿는다. 그는 진화의 방향이 어디이며, 진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심을 기울인다. 진화의 결과물인 미래 상품은 그 다음 문제다. 그는 사회 전 영역에 영향을 미칠 요인, 즉 메가트렌드를 다섯 가지로 보고 있다. 여성.고령화.개성화.새로운 일.교양이 그것이다. 듣고 보면 뻔한 이야기인 듯하지만 사실 우리는 그런 메가트렌드가 가져올 미래 사회에 대한 막연한 감만 가지고 있을 뿐이다. 호르크스는 그 막연함에 상당히 구체적으로 살을 보탠다.

그가 메가트렌드로 꼽은 '개성화'를 예로 들어보자. 인간관계는 앞으로 피라미드식 위계질서, 역할 모형만으로 정의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직업의 세계에서든 사적인 영역에서든 관계에 대한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로 협상하고 재정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가족관계도 위협을 받는다. 젊은 세대들은 가족 같은 기존의 연대보다 스스로 결성한 또래 네트워크에 훨씬 끌리기 때문이다.

세계 각지에서 여성의 교육 성과가 점점 더 좋아지고, 일인기업이 늘어나 인간에게 적응력.유연성이 중요한 덕목이 된다는 그의 트렌드 예측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을 확대 해석하는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별로 새롭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미래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그는 다소 '따분한' 이야기를 통해 미래를 향하는 창을 살짝 열어 보이고 있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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