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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29.대만 타이베이縣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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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臺灣 수도 타이베이(臺北)市 외곽을 둘러싼 타이베이縣은 臺灣의 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臺灣 전체인구의 18%에 해당하는 3백30만명의 주민이 살고있다. 타이베이縣은 대만 제1야당인 民進黨의 중진급이며 전국적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요우칭(尤淸)씨가 8년째 현장(縣長)을 맡고있어 더 주목을 받고있다.이 때문에 집권 國民黨에는골치아픈 지역이기도 하다.
타이베이縣이 자랑거리로 내세우는 것중의 하나는 지난해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간「경로(敬老)연금제도」.
이 제도의 시행으로 타이베이縣의 전체 노인인구 17만9천여명가운데 약62%에 해당하는 11만2천여명의 노인이 매달 5천 대만달러(한화 약 15만원)를 무상으로 지급받고 있다.
국가의 각종 연금 및 퇴직금 수혜자인 노인을 제외한 타이베이縣의 65세이상 고령인구는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이 연금제도로 궁핍(窮乏)한 생활을 영위하던 많은 노인들이 생활고의 시름을 덜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타이베이縣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 경로연금이 시행되기까지에는 많은 정치적인 곡절이 있었다. 연금지급이 정치적인 제스처일 뿐 실질적인 지방재정상의여러 어려움을 고려하지 않은 비현실적인 제안이라는 점을 들고 나온 집권 國民黨의 반대가 여간 거세지 않았기 때문이다.
타이베이縣의회는 國民黨의원이 46명,民進黨이 11명으로 縣정부와 달리 國民黨이 다수여서 현장이 뜻을 관철하기가 쉽지않았다.그러나 尤현장은 여론에 필요성을 호소,여론의 지원을 바탕으로縣 國民黨의원들의 동의를받아 지난해봄 의회에서 통과시키는데 성공했다. 중앙정부의 지원없이 해야하는 경로연금 지급으로 타이베이縣은 자체적으로 연간 26억대만달러(한화 약 7백93억원)를추가 부담하게 됐다.
지방재원이 다른 지역에 비해 풍족한 편인 타이베이縣의 경우 매년 발생하는 잉여자금 16억 대만달러로 당장 부족한 부분을 메울 수 있었지만 그래도 장기적으로는 매년 10억 대만달러를 더 부담해야만 하게 됐다.
『「경로연금」제도의 실행은 사실 많은 재정부담을 수반하게 되는 게 사실입니다.필요한 재원확보가 이 제도의 성공여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관건입니다.우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타이베이縣과 국영 타이완은행간의 세금위탁수납과 그에 따른 이자환급관계를 재조사했습니다.』 尤현장은 타이베이縣의 지방세를 수납하는 타이완은행이 대신 거둔 세금에 대한 이자를 縣에 주었는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지방자치 역사가 거의 50년에 이르는 지방자치 선진국임에도 불구하고 계엄과 일방적인 國民黨 집권체제였던 臺灣의 지방자치 상황상 별도의 이자지급은 없었다는 점이 조사결과 밝혀졌다.
타이베이縣은 지방세 수납으로 발생하는 연간이자 약 10억대만달러(한화3백억5천만원정도)를 타이완은행으로부터 찾아 이를「경로연금」지급재원으로 삼기위한 작업을 꾸준히 추진했다.
국영은행과의 문제인 만큼 한때 중앙정부측과 법정소송까지 불사할 정도로 강하게 이자환급을 요구했던 타이베이縣은 결국 지난해7월 지금까지의 이자는 불문에 부치되 앞으로는 매년 타이완은행으로부터 이자를 받기로 중앙정부와 타결하는 데 성공했다.
臺灣내에서 노인에 대한 연금지급문제는 사실 집권 國民黨과 제1야당 民進黨간의 해묵은 논쟁거리로 존재해왔던 게 사실이다.
93년말 실시된 臺灣 지자체장 선거전에서는 이 문제가 주요 논쟁거리로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타이베이縣의 성공사례에 힘입어 노인연금 지급은 民進黨이 집권하고있는 대만내 6개 縣에서 실시되고 있으며 여론지지를업고 집권 國民黨에서도 당정책으로 확대지급하는 방안을 내걸게끔만들었다.이 연금지급은 특별한 수령절차를 거치 지 않아도 되는것이 또 하나의 특징이다.
경로연금 지급대상으로 등록된 노인들은 縣정부에 지급신청과 함께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우체국에 개설한 개인계좌번호를 등록하면 매달말 이곳으로 연금이 지급된다.
『월 5천대만달러가 큰 돈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 노인네들한테는 꽤 요긴하게 쓸 수 있는 돈입니다.최소한 자식들한테 손 내미는 일이 적어져 좋고 노인네들끼리 소일할 때 쓸 수 있는 돈이 생겨 생활이 풍족해졌다는 느낌을 가지게 합니다.』 ***特惠 골프장 조사 올해 69세로 타이베이縣 빤차오(板橋)시에 거주하며 縣정부로부터 매달「경로연금」을 지급받고 있는 마전융(馬珍庸)씨의 소감이다.
타이베이縣은 이밖에도 國民黨 집권기간 동안 縣내에서 특혜로 땅을 불하받아 운영하고 있는 골프장을 추적해 이들의 불법행위여부와 세금징수등 다양한 조사를 벌이고 있기도 하다.
타이베이縣은 또 臺灣내 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2년간 22개 전문기구를 동원해 21세기를 내다보는 縣의 종합개발계획 청사진을 지난해 만들어내는 역량을 보였다.
이 청사진은 서울보다 심한 타이베이縣의 교통체증 개선대책,국민주택 6만호건설,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공해문제 해결대책등을 3백75개 사업계획으로 나누어 주민에게 제시했다.
최근에는 타이베이市와 공동으로 타이베이縣과 市를 가로지르는 단수이(淡水)강에 대한 오염물질 제거작업에 나섰으며 타이베이縣에서 대량으로 배출되는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한 대형 매립장 및소각장을 건설하고 있기도 하다.
[臺北=劉光鍾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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