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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마천루-에고이즘 철학 영상으로 소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4면

1949년 킹 비더 감독의『마천루』(The Fountainhead)는 일종의 철학영화라고 하겠다.그런데 그 철학이 참으로특이한 것이다.
이 영화의 원작을 쓴 아인 랜드는 러시아태생 미국 소설가로 에고이즘 철학의 창시자인데,그녀가 죽은 다음 너새니얼 브랜든말고 이 철학의 전파에 관심을 보인 사람은 거의 없다.그러나 영화『마천루』는 그녀의 에고이즘 철학을 대변하는 걸 작으로 남아있다. 이 소설과 영화에는 평범한 등장인물이 별로 없다.천재 건축가 하워드 로아크(게리 쿠퍼)는 20세기에 가장 영향력이 큰 건축가였던 실존인물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를 모델로 삼았다는데,지나치게 장식적인 르네상스식 건축을 거부하고 직선적 실용성을 내세워 현대식 마천루를 짓기 시작한 사람이다.물론 그의 혁명적 건축양식이 받아들여지기까지는 기성의 보수세력과 엄청난 투쟁을 치러야하지만 자신만만한 그는 자신이 승리하리라는 확신을 처음부터 가지고 일하며 승리한 다음에도 그 승리를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로아크를 사랑하는 도미니크(퍼트리샤 닐)는 여성이 아직 해방되지 않은 사회에서 맹렬히 활약하는 진보형 인물.난생 처음 자존심을 꺾고 그의 앞에 무릎을 꿇은채 사랑을 고백했다 로아크가받아주지 않으니까 그자리에서 일어나 승마 채찍으 로 남자를 후려갈기는 충격적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도미니크와 결혼하는 엘스워드 투히(레이먼드 매시)는 밑바닥에서부터 피땀 흘려 정상에 오른 언론사 사주인데,영화에선 소설에서만큼 박력있는 인물로 묘사되진 않았다.
이 영화의 압권은 뭐니뭐니해도 로아크의 법정 진술 장면이다.
친구 피터 키팅에게 설계도를 주었지만「원작」을 무시하고 르네상스식으로 설계를 변형시켜 빌딩을 지었기 때문에 분노한 로아크가 다이너마이트로 그 건물을 폭파해버리고,왜 건물을 파괴했는지를 설명하는 대목이다.여기서 주인공은 아인 랜드의 지론인 천재론을 펼친다.시시한 인간은 존재할 가치가 없고 천재는 영웅으로섬겨야 한다는 강력한 철학이다.이 천재론은 잘못 소화하면 아리안족에 대한 히틀러의 사상처럼 해석될 위험성도 안고 있다.
아인 랜드는 1982년에 세상을 떠났는데,장례식장엔 달러를 상징하는 대형 구조물을 만들어 놓아 화제가 되었다.자신이 죽은다음 슬퍼하지 말라고 장례식날 술마실 돈을 친구들에게 남기고 죽은 재니스 조플린과 재미있는 대조를 이룬다.내 가 이 영화를본것은 우미관에서였는데,입장료말고 돈을 더 내면 의자에 설치된이어폰을 통해 우리말 녹음을 듣는 장치가 되어 있던 극장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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