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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툭하면 사내 설문조사를 하는데 …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6호 31면

잭 웰치 부부

Q: 툭하면 설문조사를 벌이는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혁신을 위해서라고 합니다. 그러나 바뀐 점은 거의 없습니다. 이런 사실을 알았는지 최근 최고경영자(CEO)가 좀 더 나은 방법을 찾아보라고 지시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설문조사 따위로는 효과가 없다고 봅니다. 난상토론 방식이 좋지 않을까요. (미국 아이오와 워털루에서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독자)

“이왕이면 CEO 능력까지 평가해야”

A: 사내 설문조사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조사 기법과 문항 등이 얼마나 효율적인가’입니다. 정작 현재 이뤄지는 임직원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는 잡담거리에 지나지 않은 내용을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를 벗어나면 쓰잘데없는 내용을 묻는 거지요. 바로 이 점이 수없이 설문조사를 벌였는데도 변화가 거의 없었던 이유입니다.

우리 부부가 말하는 효과적인 설문조사란 주차장 문제나 점심 메뉴와 같은 하찮은 내용이 아니라 묵직한 내용을 묻는 것입니다. 철저하게 비밀을 보장하면서 직원들의 속내를 털어놓도록 하는 것이지요. 회사에서 진짜 중요한 내용을 물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말하면 잔소리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해 설문조사가 물어야 할 분야는 네 가지입니다. 첫째, ‘직원들이 회사의 경영목표와 전략을 분명히 파악하고 수긍하고 있는가’입니다. 일반적으로 비즈니스 리더는 목에 힘주며 그럴듯한 말로 비전·목표·전략의 변화 등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휘하 직원들이 그 변화 덕분에 회사의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믿지 않으면 리더의 연설은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입니다.

둘째, 경영자와 간부들이 말한 바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조사해야 합니다. 조직의 줄기인 리더와 간부들이 말한 바를 정확하게 실행하는 게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지름길입니다. 철저하게 응답자의 신원을 지켜주면 직원들이 리더 자신과 간부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드러납니다. ‘신문 등에 나온 CEO의 말이 사내 경험과 일치하는가’와 같은 질문이 필요합니다. 좀 가혹한가요.

셋째, 회사가 경쟁 업체와 견줘 얼마나 잘 굴러가고 있는지 조사해야 합니다. 판매실적 등 시장 데이터를 보면 회사가 경쟁 기업에 얼마나 뒤처졌는지 드러나기는 합니다. 하지만 일선 직원들이 실상과 원인을 가장 먼저 아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보유한 현재 기술로 업계 선도기업 자리를 2년 정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와 같은 문항을 넣어 직원들의 생각과 판단을 알아봐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설문조사에는 회사의 인적자원과 경영시스템의 질이 얼마나 좋은지 알아보는 질문이 들어 있어야 합니다. 비즈니스 리더인 당신이 최상의 부하 직원을 거느리고 싶으면 최고의 인적자원 관리·육성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우리 회사가 가장 유능한 사람을 정확하게 골라 승진시키고 있는가’ 등을 물어 회사의 인사시스템을 평가해야 합니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이 ‘아주 그렇다’가 아니면 대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냉정하고 구체적이며 효율적인 설문조사를 하면 자연스럽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응책을 찾게 마련입니다. 직원들이 5분 정도를 희생해 냉정하게 응답한 결과는 결코 헛되지 않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비즈니스 리더가 설문조사만으로 기업을 경영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임직원을 상대로 한 냉정하고 엄격한 설문조사는 지속적인 혁신을 위한 강력한 동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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