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영어교육 강화’ 최종 타깃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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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당선인과 대통령직 인수위가 교육 분야에서 연일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 당선인은 25일 시·도 교육감 간담회에서 “영어 과외를 안 받아도 대학에 갈 수 있게 분명히 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부모들이 ‘영어 때문에 사교육비를 많이 쓰지 않아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고 조기 유학을 가는 아이들도 적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수위가 전날 발표한 ‘2010년부터 고교 영어 수업을 영어로 하겠다’는 방안을 두고 한 얘기였다. 이경숙 인수위원장도 팔을 걷어붙였다.

 그는 “소위 ‘기러기 아빠’라든지 ‘펭귄 아빠’라든지 별칭 있는 이산가족 현상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대로 주저앉아서 지금대로 더 하자는 것이냐”며 “(영어 교육의) 틀을 바꿔 고교를 나와도 외국인을 두려워하지 않고, 잘 표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국민을 만들겠다는 데 같이 노력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막대한 투자를 감당할 각오가 돼 있다”며 “사교육비에 드는 비용이 대충 15조원이라는 데 몇분의 1만 투자해 영어 교육만이라도 국가가 책임지고 해줘도 가슴 펴고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당선인과 인수위가 강조하는 ‘영어로 하는 영어 수업’은 가능할까. 또 30일로 예정된 공청회에서 어떤 방안이 공개될까.

 이 당선인은 “갑작스럽게 만든 것도, 어설프게 만든 것도 아니다”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실제 인수위에선 교육 과정뿐만 아니라 교과서, 교원인사 제도에 대한 검토가 심도 있게 이뤄졌다고 한다. 가장 비중 있게 논의된 건 영어로 수업할 수 있는 교사의 확보다.

 인수위 관계자는 “사실 영어를 잘하는 인력은 충분하다. 이들에게 어떻게 교수법을 가르쳐 학교 현장에 투입하느냐가 관건”이라며 “TESOL(비 영어권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 자격증)과 유사한 ‘영어수업교사 자격증’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일정 정도 교수법을 익힌 영어 능통자에게 교사가 될 문호를 개방하겠다는 얘기다. 인수위는 이와 별도로 영어로 수업하는 교사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영어 교육과정의 개편과 완화를 두고도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인수위 관계자는 “학년별로 맞춰진 영어 교육 과정을 (수준) 단계별로 바꾸고, 말하기와 듣기 능력에 대한 성취 목표 기준을 새롭게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딱딱한 내용의 영어 교과서를 재미있게 바꾸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인수위 사회교육문화분과의 이주호 간사는 “영어를 한국말로 가르친다는 게 오히려 비정상적인 것”이라며 “재원이 굉장히 많이 들고 어렵더라도 영어 수업 자체를 한 번 바꿔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정애 기자

◇기러기·펭귄 아빠=‘기러기 아빠’는 부인과 자녀를 미국 등 교육 여건이 좋은 외국으로 보내고 국내에 홀로 남아 돈을 버는 경우다. 그나마 1년에 한두 차례 가족을 만날 기회가 있다. 경제력이 부족해 아예 못 만나는 경우가 ‘펭귄 아빠’다. 날지 못하는 펭귄 같이 가지 못해 전화 등으로 안부를 묻곤 한다.

◇TESOL(Teachers of English to Speakers of Other Languages)=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교수법 또는 교사 자격증. 한 달에서 4년 과정까지 다양하게 있다. 숙명여대를 포함한 국내 대학에선 한 학기 코스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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