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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이름으로 '58년만의 사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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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4일 울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울산 국민보도연맹 사건 희생자 추모식에서 희생자 가족들이 재를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오후 울산 보도연맹사건 희생자추모식이 열린 울산상공회의소 대강당.

 추모식장 앞에 마련된 스크린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영상메시지를 통해 국가권력이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해 희생자 유족들에게 사과와 함께 위로의 뜻을 전했다. 대통령이 보도연맹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기는 처음이다.

 추모식에는 진실화해위원회 안병욱 위원장, 행정자치부 박명재 장관, 대통령비서실 차성수 시민사회수석비서관, 박맹우 울산광역시장, 한나라당 강길부 의원,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 이춘성 울산지방경찰청장 등이 참석했다.

 추모식은 노 대통령의 영상메시지 상영에 이어 국가의 사과 내용을 희생자들에게 알리는 고유제와 진혼굿 순으로 진행됐다.

 희생자유족회 김정호(62) 회장은 ”사건이 일어난 지 58년 만에 나온 국가의 공식사과를 받아들이겠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한 뒤 “사과에 따른 후속 조치들이 차질없이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회장은 울산 농소에서 정미소를 운영하던 부친이 경찰에 의해 한 달 간 불법구금된 뒤 법적인 절차 없이 총살당했다. 그는 “1962년 울산 공업지구가 생기면서 수많은 일자리가 생겨 취직을 원했지만 연좌제라는 신원조회에 걸려 취업을 할 수 없었다”며 “어떤 사람은 과거를 들춰내는 것이 미래로 가는 걸림돌이라고도 하지만 과거 없는 현재는 없으며 현재 없는 미래 또한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울산 국민보도연맹 사건이란 1950년 8월 군·경에 의해 울산 지역 보도연맹원 등 407명이 10여 차례에 걸쳐 집단 총살된 사건으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로 지난해 11월27일 진실규명 결정이 내려졌었다.

 진실화해위는 국가의 사과와 함께 유족들이 위령제를 지낼 수 있도록 재정·행정적으로 지원하라고 권고했다. 또 군·경에 대해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인권교육을 철저히 하라고 권고했었다. 이날 행사는 진실화해위의 이러한 권고에 따라 열린 것이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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