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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질풍’ 목진석 ‘철벽’ 이창호 넘을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이창호 9단과 목진석 9단이 새해 첫 타이틀을 놓고 격돌한다. 무대는 원익배 10단전. 결승 5번기 첫 판은 26일 오후 8시,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치러진다.

 이창호 9단은 올 들어 한 판도 지지 않고 10연승을 달리고 있다. 예선전이 끼여 있다고는 하지만 전자랜드배 백호왕전에서 우승한 뒤 19일 벌어진 원익배 준결승에서도 한창 기세를 떨치고 있는 신예 강자 이영구 6단을 불계로 가볍게 제치는 모습은 전성기의 이창호를 다시 보는 듯했다.

 목진석 9단은 지난해 93승을 거둬 결코 넘을 수 없을 것으로 여겨지던 이창호의 연간 최다승 기록(91승)을 14년 만에 갈아치운 화제의 인물. 준결승에서 역시 떠오르는 별 중의 하나인 백홍석 5단을 꺾었다. 그는 지난해 엄청난 승리에도 불구하고 우승컵이 하나도 없어 인터뷰 때마다 아쉬움을 토로했고, 2008년엔 다승보다는 타이틀이 우선이라고 공언했는데 공교롭게도 그 첫 시험대에서 이창호와 딱 마주쳤다.

 두 사람의 인연은 사실 8년 전부터 시작된다. 당시 목진석은 KBS 바둑왕전 결승에서 전성기의 이창호를 꺾고 우승한다. ‘괴동’이라 불리며 촉망을 받던 목진석이 막 20세가 되자마자 이창호의 철벽을 넘어서 반향은 컸다. 그러나 목진석은 2004년 이창호와의 LG배 세계기왕전 결승에서 1대3으로 패퇴한 뒤 타이틀 무대에서 사라진다. “가장 뼈아팠던 패배”라고 토로했던 이 승부 뒤에 그는 한국보다는 ‘중국리그’에 힘을 쏟았고, 음악 등 다른 취미에 몰입했다. 그가 정신을 수습하고 다시 바둑에 몰두하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이세돌 9단 외에도 숱한 후배 강자들이 바둑계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하지만 목진석은 바둑 외길로 돌아온 지 1년 만에 상상을 뛰어넘는 무서운 질주를 보이며 최다승 기록을 바꿔 썼고, 랭킹도 4위까지 끌어올렸다.

 전성기를 되찾기 위해 호흡을 가다듬는 이창호와 ‘돌아온 목진석’의 대결은 그래서 더욱 흥미롭다. 이창호 9단은 ‘이창호 시대는 다시 올 것인가’라는 질문에 “나 스스로에게도 보여주고 싶다. 그러나 설사 (전성기를) 되찾는다 해도 그게 오래 갈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대답했다. 그는 “이기고 지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바둑 외길에 평생 매진하는 것도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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