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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joy Japan] 대기시간 ‘0’이래도 되는 거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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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보더의 성지' 알츠 반다이 스키장. 텅 빈 슬로프가 부럽기만 하다. 멀리 구름 사이로 아이즈의 후지산으로 불리는 해발 1819m 반다이 산이 보인다. [사진=노승옥 기자]

큰 맘 먹고 나선 스키 여행길. 꽉 막힌 도로를 뚫고 간신히 스키장에 도착했더니 ‘콩나물’ 슬로프에 딱딱한 인공눈이 기다린다면? 한국의 스키어들이 일본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건 그 때문이다. 넘어져도 아프지 않은 천연 파우더 스노(Powder snow)에 리프트 대기 시간 0분. 이 정도면 만만찮은 항공료도 한번쯤 눈감 아주고 싶어진다. 서울에서 2시간이면 닿는 스키 천국, 후쿠시마를 둘러봤다. 홋카이도나 나가노만큼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뽀송뽀송한 ‘눈 맛’은 매니어들이 흥분할 만하다.

<후쿠시마>글·사진=노승옥 기자

스노보더의 성지, 알츠 반다이

 구름 속에 가려져 있던 반다이 산이 수줍게 모습을 드러낸다. 해발 1819m. 햇살 사이로 뻗어 있는 슬로프는 얼어붙은 폭포를 연상시킨다. 알츠 반다이 스키장은 반다이산 주변에 몰려 있는 15개 스키장의 맏형 격이다. 리프트 11개에 29개 코스, 총수용객 수 30만 명으로 도호쿠(東北) 지방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모든 코스를 한 번씩 타려면 꼬박 이틀이 걸린단다.

 알츠 반다이는 특히 스노보더들이 사랑하는 스키장이다. 별명이 ‘아시아 최대의 스노보더 성지’. 초보자를 위한 엔트리 파크부터 국제대회용 글로벌 파크까지 총 6개의 파크가 있다. 일본에서 제일 긴 1700m짜리 파크도 있다. 세계 3대 스노보드 대회 중 하나인 일본 오픈이 매년 이곳에서 열린다.

 스키나 스노보드를 못 타는 일행이 있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동남아 휴양지에서 타던 바나나보트를 타고 눈밭 위를 달릴 수 있는 테마파크가 있다. 스노모빌도 탈 수 있다. 파오(천막) 안에서 사과나 마시멜로를 구워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이들과 놀아주며 아빠가 점수 따기 딱 좋은 곳이다.

 지난 시즌 500여 명의 한국인이 다녀갔다. 한국인 스태프 5명이 상주해 있고 한국어 사이트도 마련돼 있다. 입장료는 평일 1600엔, 주말 2000엔. 리프트권은 평일 3900엔, 주말 4500엔. www.alts.jp

호수를 바라보며 설원을 씽씽, 이나와시로

 

해발 1255m의 이나와시로 스키장 정상. 저 멀리 이나와시로 호수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면적 103㎢에 둘레가 49㎞. 일본에서 네 번째(담수호로는 세 번째)로 큰 호수다. 눈발을 가르며 내려가다 보면 곧장 호수 속으로 빠질 것 같은 두려움마저 든다. 물이 워낙 깨끗해 별명이 ‘하늘 거울 호수(天鏡湖)’다. 그만큼 ‘눈’이 즐거운 스키장이다.

 역사도 오래됐다. 올해가 개장 60년째다. 후쿠시마현 25개 스키장 중 가장 고참이다. 면적 규제를 받기 전에 세워진 스키장이라 슬로프가 무척 넓다. 덕분에 초보자들도 다른 사람과 부딪칠 걱정 없이 마음 놓고 즐길 수 있다. 올해 센터하우스를 정비하면서 한국어 안내판도 만들어 놨다. 한국인 스태프도 모집 중이란다. 일본 전국체전 때 사용된 아카하니 대회전 코스가 유명하다. 2009년에는 세계 프리스타일 선수권 대회도 열릴 예정. 리프트권 요금 평일 3000엔, 주말 3500엔. www.goinawashiro.com

눈 쌓인 노천온천은 덤

 스키로 뻐근해진 몸을 달래는 데 뜨끈뜨끈한 온천만 한 게 또 있을까? 후쿠시마는 스키 못지않게 온천도 유명하다. 현재 영업 중인 온천만 139개. 하지만 가토 야스히로(39) 관광연맹 과장은 “허가 받은 숫자가 139개일 뿐 후쿠시마에선 어디든 땅만 파면 온천물이 나온다”고 말한다. 숙소를 어디로 정하든 스키장 근처 호텔 대부분은 노천온천까지 완비돼 있다. 스키장까지 무료 교통편도 제공한다.

 좀 더 특별한 경험을 원한다면 일본 최대의 스파리조트인 하와이안즈나 료칸(일본식 전통 여관)을 권한다. 하와이안즈는 폐광 지역이었던 이와키시를 살리기 위해 주민들이 힘을 합쳐 만든 일본 최초의 테마파크. 1960년대 일본인들이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이 하와이였기 때문에 ‘일본 속 하와이’를 모토로 하와이안즈라는 이름을 붙였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영화 ‘훌라걸스’의 배경이다. 98년 기네스북에 올랐다는 세계 최대 노천온천이 자랑거리. 동시 수용인원이 1500명이나 된단다. 일본인들이 펼치는 훌라쇼와 타히티댄스도 매일 볼 수 있다. 비록 ‘짝퉁’이지만 진짜 뺨치는 수준이다.

 이나와시로 호수 주변에 흩어져 있는 전통 료칸 중에는 누마지리 온천 지역에 있는 다무라야 료칸이 유명하다. 1886년 문을 연 곳으로 120년 넘게 전통 숙박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노송나무 향 가득한 욕탕에서 몸을 지진 뒤 에도시대부터 전해온다는 가이세키 요리(연회 때 먹는 정찬 요리)로 저녁을 즐길 수 있다.

TIP

아시아나항공이 후쿠시마까지 주 3회(월·수·토요일) 다닌다. 일본 스키여행은 여행사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는 게 가장 싸다. 일본 전문 에나프투어(www.enaftour.com)는 스키장과 온천·료칸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맞춤상품을 내놨다. 3박4일 기준 59만9000~79만9000원(리프트권 제외). 하와이안즈와 도쿄를 포함한 5일 일정은 99만9000원. 02-337-3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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