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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주의아담&이브] 에이즈와 포경수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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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동성애 남성들을 공격하는 ‘제2의 에이즈’가 확산되고 있다는 보도가 국내 몇몇 언론에 소개됐다.

 캘리포니아주립대(UCSF) 연구진이 “근육을 파먹는 MRSA균 감염증이 동성애자 사이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MRSA균은 메티실린 내성 황색 포도구균으로 번역되며 누구나 감염될 수 있는데 왜 이렇게 얼토당토않은 기사가 나갔지?’

 궁금증 때문에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한국 언론뿐 아니라, 외국 언론도 난리였던 모양이다. 대부분 ‘새로운 동성애병’ ‘새로운 에이즈’ 등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이 기사는 UCSF 연구진이 MRSA 균이 피부 접촉으로 옮기는지 연구한 논문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오해를 낳은 것이었다.

 미국의 언론들은 UCSF 연구진이 자신의 잘못에 대해 사과했고, 이 연구를 지원한 질병관리본부(CDC)도 MRSA가 성접촉으로 옮긴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는 점을 후속 보도했다.

 최근 지하철역에서 희한한 경험을 했다.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휴지가 없어 잠깐 사서 들어간 사이에 누군가 필자가 ‘찜’한 칸에 들어갔다 5초 만에 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칸에 들어갔더니 그 사이에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남성 마사지…남자 여자 역 모두 가능…여성은 사절’.

 지하철역에서 이런 스티커가 붙을 만큼 동성애 수요가 많다는 얘기인가?

 일반인들은 에이즈를 동성애자나 특수한 사람만 걸리는 병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지난해 국내 에이즈 환자가 공식적으로 5000명을 넘었다. 하루에 2명 이상 걸린다. 에이즈가 처음에는 주로 동성애자 사이에서 유행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어쩌다 단 한 번의 외도로도 걸릴 수 있다. 에이즈를 예방하는 확실한 길은 콘돔 사용밖에 없다. 아직 확실치는 않지만 포경수술도 에이즈를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는 듯하다. 2006년 말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우간다와 케냐에서 실시한 연구결과 남성이 포경수술을 받으면 에이즈 감염 위험이 50% 이상 떨어진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2000년 NIH와 존스홉킨스대·컬럼비아대 등의 공동연구진은 “우간다에서 부인이 에이즈에 감염된 187쌍의 부부를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포경수술을 받지 않은 남편 137명 중 16.7%가 에이즈에 감염됐지만 포경수술을 받은 남편 50명 중에는 한 명도 에이즈에 감염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의학적으로는 음경 포피에 에이즈 바이러스가 둥지를 트는 세포가 많은 것이 원인으로 설명되고 있다. 그런데 가만가만, 이런 연구를 하기 위해 멀쩡한 사람이 에이즈에 걸리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는 얘기 아닌가? 미국인과 우간다인은 생명의 가치가 다른가, 아닐 텐데…. 그런데 왜 아무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 걸까? 

이성주 코메디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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